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지 53일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25일 진행하기로 한 최순실씨 등의 재판 기록 증거조사에 대해 “적법한 절차가 아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원에서 작성한 재판 기록은 당연히 증거로서 능력이 있어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의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2회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예정된 증거조사에 이의를 제기하며 절차상의 문제만 50분 넘게 동안 따졌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이상철 변호사는 “변호인의 공소사실 관련 주장 등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절차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증거조사부터 한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하더라도 다음 기일을 잡아 천천히 해야지 당장 오늘부터 다른 재판 조서를 보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의를 신청했다. 형사소송법 제296조는 변호인 등은 증거조사에 관해 이의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1회 재판에서 합의된 대로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재판 기록을 살펴볼 예정이었다. 법원이 작성한 공판 기록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과 변호인의 동의가 없어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최씨 등 세 사람의 혐의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같아 증인 대부분이 중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재판 기록을 증거로 쓰면 같은 사람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지 않아도 돼 재판의 속도가 빨라진다.
재판부는 “변호사 말이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타당하다고 판단되지만, 이 사건은 증거 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이 몇백명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며 “제한된 시간 내에 다 하려면 모든 입증 계획과 심리 계획을 다 짠 다음에 증거조사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의 서증조사는 언제든 꼭 해야 하고, 변호인들도 기록을 충분히 파악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날 최순실씨 등 재판 기록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뇌물 사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 장시호씨 사건과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건 등의 재판 기록도 증거 조사하기로 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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