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지연작전’…박 전 대통령은 전날보다 ‘여유’

25일 2회 재판열고 최순실씨 등 재판 기록 조사
변호인 증거조사 이의신청 등 지연 의도 내비쳐
박 전 대통령은 웃으며 인사하거나 의견 주고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이미 합의된 증거조사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재판부와 실랑이를 벌였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최순실씨 재판 기록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첫 재판보다 한결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25일 박 전 대통령의 2회 재판을 열고 대기업에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로 기소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 기록에 대해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기소돼 6개월간 재판을 받은 최씨 등의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같기 때문에 증인 대부분이 겹친다. 이에 재판부가 증인 중복 신문을 최소화하려고 본인 동의 없이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재판 기록부터 살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재판이 시작되자 “다음 기일을 잡아 천천히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상철 변호사는 “공소사실 등의 증명과 관련한 주장이나 입증계획이 끝나지 않았는데 증거조사부터 먼저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기록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이 몇 백명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다 하려면, 입증계획을 짠 다음에 증거조사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밖에도 변호인들은 29일 예정된 증인신문을 미루자거나, 삼성 뇌물 사건 관련자 152명의 검찰 진술조서에 동의하지 않아 모두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출석이 가능한 증인부터 증인신문을 할 수 밖에 없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사람까지 모두 불러 증인신문하는 건 시간낭비가 될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올림머리를 하고 503번 수인번호 배지가 달린 남색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전날 굳은 표정과 달리 이날 재판정에 들어와 변호인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고, 증거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의견을 주고받거나 메모를 하며 재판에 집중했다.

김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