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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생명의 씨앗을 나눈 가족을 기억해”…장기기증 유가족들의 모임

등록 2017-06-04 17:22수정 2017-06-04 20:35

‘생명의 빛 전하기’ 주제로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 열려
마임·미술 치료로 서로의 아픔에 공감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 패밀리’(장기기증자 유가족) 소모임에서 이춘남(74)씨가 미술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의 아내인 신창자(사망 당시 68)씨는 지난 2012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뒤 7명에게 신장과 간, 각막을 기증하고 숨졌다.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도너 패밀리’(장기기증자 유가족) 소모임에서 이춘남(74)씨가 미술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의 아내인 신창자(사망 당시 68)씨는 지난 2012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뒤 7명에게 신장과 간, 각막을 기증하고 숨졌다.
“내가 참 손이 섬세하질 못해서, 이런 게 너무 어려워요.”

지난 2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춘남(74)씨가 뭉툭한 손가락으로 유리병에 색색의 구슬 장식을 붙이기 시작했다. 투명 구슬과 야광 스티커 등을 붙인 유리병 안에 촛불 모양의 엘이디(LED) 조명을 넣자, 곧 유리병이 오색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이씨 눈동자도 함께 빛났다. “사진을 찍어서 납골당에 있는 아내한테 보여줘야죠. 그래야 하늘에서도 내가 어떻게 살고있는지 알지.”

이씨는 이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주최한 ‘도너 패밀리’(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장기기증자 18명의 가족 28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가족들은 ‘생명의 빛 전하기’라는 마임 공연을 관람하고, 가족의 사랑을 상징하는 ‘너를 그리다’ 미술 치료에 참여했다. 예술치료를 통해 유가족들이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생명을 살리고 떠난 가족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지난 2013년부터 운동본부에서 진행한 도너 패밀리 모임은 올해로 서울·경기지역에서만 9번째를 맞았다.

이춘남씨의 아내인 신창자(사망 당시 68)씨 역시 뇌사 장기기증자다. 지난 2008년 이씨 부부는 팍팍했던 서울생활을 접고 전라남도 해남으로 귀농했다. 아내는 귀농 4년 만인 2012년 7월 마을 교회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결국 뇌사판정을 받자, 이씨는 생전 아내의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장기기증에 관한 뉴스가 나왔는데 그때 아내가 ‘장기기증이 참 보람있는 죽음 같다. 우리도 저렇게 하자’라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아내는 간과 신장 등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린 뒤 떠났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장기기증 및 이식 통계연보’를 보면, 뇌사장기기증자수는 2007년 148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기기증희망 등록자수 역시 2007년 34만3000여명에서 2016년 131만1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인구 100만명당 뇌사 기증자수는 2013년 기준 8.44명으로, 스페인 35.12명, 미국 25.99명, 이탈리아 22.23명에 비해 여전히 매우 낮다.

장기기증에 대한 일부의 여전한 편견도 남은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운동본부의 김소정 홍보팀장은 “가족들은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하신건데, ‘어떻게 가족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냐’는 주변의 시선에 상처받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을 얻는다. 아내를 잃은 괴로움에 3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었다는 이춘남씨 역시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심전심이랄까, 같은 처지의 가족들을 보면 위로가 되고, 장기기증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사진/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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