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을 맡았던 이규철 전 특별검사보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5일 알려지면서 수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검 수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취득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이는 특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특검보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심리로 열린 신 전 부회장의 13차 공판에 변호인으로 처음 참여했다. 이 전 특검보는 지난 2일 특검 부대변인을 맡았던 홍정석 변호사 등과 함께 신 전 부회장의 선임계를 제출했다. 신 전 부회장은 400억원의 급여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신 회장 등과 함께 8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신 전 부회장 쪽이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갑자기 이 전 특검보를 선임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해 12월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신동빈 회장 등의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이와 관련된 각종 사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신 전 부회장 쪽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회장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이 전 특검보를 선임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관련 재판이 10회 이상 진행돼 쟁점이 이미 정리된 상황이어서, 이 전 특검보를 선임한 배경에 더 눈길이 쏠린다.
더구나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신 회장 쪽과 민사소송도 벌이고 있다. 수사상 알게 된 비밀이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앞으로 관련 재판에서 신 전 부회장 쪽을 대변해 어떤 식으로든 신 회장의 관련 사건을 언급한다면 특검법이 규정한 비밀유지 의무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특검보는 “다른 사건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신 전 부회장의 급여 횡령 부분에 대해서만 변호를 맡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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