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겉보기엔 ‘밀실범죄’ 같다.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합의됐다고 특검팀이 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세 차례 독대 자리엔 목격자도 폐회로텔레비전(CCTV)도 없다. 지금처럼 두 사람만 모르쇠로 버티면, 완전범죄가 되는 걸까?
특검은 독대를 전후한 여러 간접증거에 주목하고 있다.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에선 자백 같은 직접증거보다 간접증거를 모아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게 더 일반적이다. 독대 상황을 재구성할 핵심 증거는 두 가지다. 독대 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삼성 현안 관련 ‘대통령 말씀자료’와 독대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이다.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를 앞두고 준비된 ‘말씀자료’에는 “양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 정부 임기 내 승계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 등의 내용과 함께 재단 출연 관련 요구가 등장한다.
둘 사이 면담 내용을 엿볼 단서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있다. 특검팀이 확보한 39권의 업무수첩은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에 대한 대가성을 보여줬고, 이 부회장의 구속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고 전해진다. 2015년 7월 2차 독대 이틀 뒤를 기록한 업무수첩엔 ‘삼성 엘리엇 대책’이라고 적혀있다. 지난해 2월15일 3차 독대 직후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 분리’, ‘글로벌 제약회사 유치, 바이오클러스터’ 등 삼성 민원과 함께 ‘미르·케이스포츠, 빙상, 승마’ 등 최씨에 대한 지원 요구를 담은 지시를 했다. 특검은 ‘말씀자료’와 업무 수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추적해 독대 때 오간 청탁과 대가관계 합의 내용을 재구성했다.
특검은 지시가 현실이 된 것도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압력을 입증할 증거로 본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작성한 ‘청와대 외압 일지’는 2015년 7월 합병으로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 수를 줄이기 위해 청와대와 삼성이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공정위의 ‘1000만주 처분 결정’은 두 달여 만에 500만주 처분으로 바뀌었다. 2015년 10월부터 1년 간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87차례 통화를 하고 메르스 사태, 삼성 합병 주주총회 통과 등 주요한 길목마다 “연락 부탁드린다”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도 퍼즐 맞추기의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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