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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정청탁 ‘한방’ 없지만, 뇌물 증거 무수한 ‘잽’ 있어”

등록 2017-06-06 21:13수정 2017-08-07 12:46

<이재용 재판 두 달…삼성재판 주시한 변호사 3인 방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가 포인트
‘상속세 3조원’은 삼성쪽에 큰 부담
삼성 “대가성 없었다” 주장하지만
적극적 부정청탁 할 이유 충분

최순실-박근혜 ‘별개’로 볼 수 없지만
제3자뇌물 공동 실행 입증은 난제

‘총수 지배력 승계’ 무리수 둔 결과
다른 기업들에 반면 교사 될 것
김종보(왼쪽부터), 김남근, 이상훈 변호사가 5일 저녁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삼성재판과 관련한 대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종보(왼쪽부터), 김남근, 이상훈 변호사가 5일 저녁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삼성재판과 관련한 대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7일로 두 달을 맞으며 반환점을 돌았다.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의 정점에 있던 두 권력자의 부적절한 만남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사회에 던지는 의미와 파장이 그 어떤 사건보다 크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반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대가성 없는 지원으로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인 김남근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정경제팀장,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이 5일 만나 23차례 열린 재판의 쟁점과 의미를 살펴봤다.

-재판의 쟁점은 무엇인가?

김남근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이 사건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세 차례 독대를 큰 틀로 하고 있다. 2014년 9월15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15일 만났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요구했는지가 쟁점이다. 또 이런 내용이 뇌물죄와 관련된 대가성, 제3자 뇌물죄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법리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다. 최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받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삼성이 다른 그룹과 다른 게 무엇일까.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다음 승계작업이 제대로 신속히 되지 않으면 당장 상속세 3조원을 내야 하는 현안에 몰려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경영권 승계의 필요성은 부정한 청탁 입증에도 유효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는 둘밖에 모르기 때문에, 실제 오간 ‘말’을 인용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특검도 경영권 승계라는 의도 아래 다른 그룹보다 삼성이 적극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부정청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들은 급하게 경영권 승계를 할 필요가 없었고, 삼성에스디에스(SDS)·제일모직 상장 등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한 개별 사업 현안이라고 주장한다.

김 경영권 승계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고 해서 뇌물죄가 바로 성립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와의 관련성은 핵심쟁점은 아니라고 본다. 경영권과 관련 없더라도 각각의 그룹 현안이 좀 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박 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는 게 확인되면 그 자체가 부정한 청탁일 수 있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정경제팀장 뇌물죄는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고, 제3자 뇌물죄의 경우 여기에다 부정한 청탁까지 확인돼야 한다. 다만 직무 연관성은 대법원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에서 대통령의 직무 범위가 국정 전반에 걸쳐 있다는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한 바 있어 이 사건에서 큰 문제는 아니다.

-재판 쟁점과 관련한 증거들은 무엇인가?

김 뇌물 사건은 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명확한 두 사람이 은밀하게 주고받는 거라 직접 증거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 사건도 세 번의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주고받은 것을 간접증거로 증명해야 한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공정거래위원회 외압일지, 대통령 말씀자료 등 다른 뇌물죄에 비해 특검이 확보한 서류증거가 많은 편이다.

김 팀장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건 맞다. 하지만 이런 뇌물 사건은 ‘결정적 한 방’보다는 ‘무수한 잽’으로 넘어뜨리는 성격이 있다. 당사자들의 자백이 없는 상황에서 직접증거나 증언이 없다고 비판하긴 어렵다.

이 이 사건에는 다른 뇌물죄 재판보다는 검찰에게 유리한 조건이 있다. 다른 뇌물 사건은 보통 돈을 주고받았는지가 큰 쟁점이 되는데, 이 사건은 돈을 준 것은 명백하다. 이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재판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8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건 선고도 부정한 청탁 중 하나로 지목된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검이 몰릴 수밖에 없는 법리적 쟁점은 최씨가 받은 승마 지원금을 과연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법원은 2008년 신정아씨가 받은 대학 조교수 직위 등을 공무원인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별도 가계를 꾸리는 등 ‘별개’ 존재였다는 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최씨의 사익 추구를 도와줬다고 판단해 파면을 결정했는데, 변양균-신정아 사건과 달리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433억원은 성격이 두 가지로 나뉜다. 최씨에게 승마 지원금으로 약속한 213억원은 단순 뇌물 혐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등에 건넨 220억원은 제3자 뇌물 혐의다.

김 단순 뇌물 혐의의 핵심 중 하나는 최씨에게 준 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 공동정범이라고 보고 있다. 공동정범이 인정되려면 두 사람이 삼성의 승마 지원을 받자고 논의하거나 (공동 의사) 역할을 분담해 실행했다는(기능적 행위지배) 점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공동정범 이론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최씨가 얻은 경제적 이익이 박 전 대통령이 얻은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으면 경제적 공동체 이론에 의해 뇌물죄가 인정될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외형상 가족은 아니지만,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의 옷이나 연설, 일상생활 등을 챙겨 온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고 있어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도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뇌물 혐의는 법원이 부정한 청탁을 엄격하게 보고 있어 단순 뇌물죄보다는 유죄 입증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 특검은 3번의 독대 과정 전에 박 전 대통령이 봤다는 말씀자료, 독대 뒤 안 전 수석 수첩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엘리엇 등 외국자본의 개입 차단, 중간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환경규제 완화 등을 부탁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재판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김 박근혜 정부에서 재벌들은 정부에 여러 가지 지원이나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했고, 대통령도 본인 생각에 좋은 의도로 하는 일에 돈을 내라고 하는 것쯤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무원들도 청와대 지시라면 불법이라도 크게 꺼리지 않고 이행했던 것 같다. 이런 정경유착의 범죄행위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씀자료나 안 전 수석 수첩에 이런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런 정경유착의 요구가 범죄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앞으로는 정부와 재벌 사이에 긴장감이 필요하게 됐다.

이 이건희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 증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 뒤 또다시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로 이번엔 아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권 승계 문제 때문에 2대가 법정에 섰다. 재벌 총수가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하려다 보면 무리수를 쓰려는 유혹에 빠진다. 이번 사건이 반면교사가 돼서 다른 기업들도 법에 따라 경영권과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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