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처음으로 사복이 아닌 수의를 입고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6.9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일 환자복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심장이 언제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고, 사복으로 갈아입을 기력이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 김 전 실장은 하늘색 줄무늬 환자복 수의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실장이 수의를 입고 재판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3차례 걸친 공판에서 줄곧 검은색 정장 등 사복을 입었다.
김 전 실장은 ‘따로 치료를 받고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복약을 하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심장이 뛰고 있는 동안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지만, 가끔 흉통이 있고 심장이 언제 어느 순간에 멎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제가 늘 사복을 입었는데, 나올 때 갈아입고 들어갈 때 갈아입어야 한다. 그럴 기력이 없어서 바지 같은 것을 입다가 쓰러지고 정신을 잃었다”며 “너무 불편해서 오늘은 그냥 환자복 그대로 나왔다”고 했다.
이는 재판부에 건강 상태를 거듭 알리며 보석 허가를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심장병 악화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몇 차례 재판에서도 몸을 뒤로 크게 젖혀 앉는 등 거의 누워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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