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6.2 mon@yna.co.kr
지난해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며 금융위원회 쪽에 ‘윗분들 뜻’이라고 했단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9일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손병두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초 삼성 쪽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부정적 입장을 전한 뒤 삼성으로부터 강한 요구를 받은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삼성은 금융위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사전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승인 거부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 부회장이 그해 2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재검토 뒤에도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다. 삼성은 이후에도 계속 자신들이 내놓은 원안을 고집했지만, 금융위가 끝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계획이 보류됐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손 전 국장은 이 과정에서 이아무개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와 통화한 상황을 증언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손 전 국장과 친분이 있는 이 전 전무는 손 전 국장을 통해 금융위에 전환계획 검토를 비밀리에 요청하고, 삼성의 요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손 전 국장은 “지난해 3월 중순경 이씨가 전화와 ‘금융위 입장이 부정적이라도 삼성으로선 관련 쟁점을 해소해나가면서 최대한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손 전 국장이 “삼성에서는 왜 그렇게 무리하게 하느냐”고 묻자 이 전 전무가 “‘윗분’들의 의지가 아주 강한 거 같다”고 했다는 게 손 전 국장 증언이다.
손 전 국장은 “이 전 전무가 ‘윗분’이라고 하기에, 이재용 부회장 뜻이 아주 강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 변호인이 “이 전 전무가 이 부회장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지 않나. 이 부회장이 이 사안을 아는 것과 이 부회장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묻자 손 국장은 “삼성이 금융위에 (단순히) 알아보란 뜻에서 검토요청한 게 아니었다. 전환계획을 추진하려고 했고, (금융위의) 부정적인 입장을 알고도 큰 변화 없이 추진하려는 것은 의지로 이해해야지 (단지) 알고 있던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손 전 국장 증언을 종합하면, 이 전 전무가 금융위에 불만을 토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그해 2월14일 손 전 국장으로부터 금융위 실무진의 부정적 입장을 전달받은 이 전 전무는 “실무자들이 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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