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2017.01.04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직 시 청와대 참모진에게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라면의 상시화’를 언급하며 헌신적인 자세를 주문했다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9일 법정에서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법정에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존경심을 거듭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9일 열린 김 전 실장 등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에 정 전 실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들에게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라면의 상시화’를 말하며 ‘어떤 엔조이도 없다.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특검팀이 인용한 문구는 고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김 전 실장 지시사항 중 하나로 기재돼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그 얘기는 실장님이 제게도 직접 한 얘기다. 그러한 자세로 일하란 뜻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실장님이 저한테는 웃으면서 농담조로 얘기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충실히 (업무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을 웃으며 얘기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법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김 전 실장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는 “청와대 근무 시절 김 전 실장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보거나 들은 게 있느냐”는 김 전 실장 변호인의 질문에 “김 전 실장은 정말 멸사봉공의 자세가 확실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라며 “대단히 말씀이 명쾌하다. 공직자로서 자세가 매우 훌륭했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시혜인사가 적다고 욕먹었다”고도 했다. 그는 김 전 실장 변호인이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사람을 공공기관장, 공기업 등으로 보내는 ‘시혜성 인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건 김 실장뿐 아니라 어느 실장도 챙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어느 정부나 시혜인사를 폈고, 우리 정부는 그게 적다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어 “최순실씨는 중언부언하고, 문화예술정책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경륜이나 학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와 최씨 사이 ‘문화융성’을 주제로 한 대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최씨가 ‘법을 만들어서 이 기조로 내려보낼 수 있게 국가공무원을 만들라고요’라고 말하는데 어떠한가”라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말은 많이 하는데 내용이 없다. 중언부언, 중구난방 얘기하고 대통령이 맥 잡아서 얘기한다”고 했다. 이어 “‘문화융성’이란 단어도 대통령이 만든 거고, 최순실 말 중에 의미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는 박 정부 예술문화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보좌할 만한 경륜이나 경험, 학식은 없다”고도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기밀문건을 건넨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4년 말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한 ‘정윤회 문건’ 사태를 언급하며 “문건 내용이 100% 허구다. 100번 조사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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