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 한켠에는 박종철·이한열 열사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이태춘·황보영국 열사를 기리는 자리가 따로 마련된다.
이태춘 열사는 1987년 6월 부산에서 경찰의 시위 진압 중 고가도로 아래로 떨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7살 젊은 나이로 숨을 거뒀다. 태광고무에서 사무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그는 6월 항쟁이 시작되자 퇴근 뒤 매일같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알려져있다. 경찰은 이태춘 열사의 사인을 단순 추락사로 발표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998년이 돼서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됐다.
황보영국(당시 26) 열사는 1987년 5월17일 당시 5·18 6주기를 맞아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가 옛 부산상고 앞(현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인근 도로에서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도로를 따라 달리다 몸에 불을 붙였다.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황보영국 열사는 거리를 달리며 “독재타도,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성지고를 중퇴하고 삼화고무와 태화고무에서 일했으며 1987년 2월7일 고 박종철 열사 시민추모제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돼 영도경찰서와 남부경찰서에서 3일 간 구류됐다.
두 열사 모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출범한 뒤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부산 민주공원에 각각을 위한 추모비와 추모석이 세워져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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