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 30돌
시민 1000여명, 서울 도심에서 6월항쟁 재현
동학농민군 삼일만세군 사월혁명군 광주시민군
유월항쟁군 촛불시민군 등 각개 행진 뒤 합류
시민 1000여명, 서울 도심에서 6월항쟁 재현
동학농민군 삼일만세군 사월혁명군 광주시민군
유월항쟁군 촛불시민군 등 각개 행진 뒤 합류
“민주(주의) 올 때까지 민주 외쳐라….”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넥타이 부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붉은 글씨로 ‘독재 타도’라 적힌 머리띠를 맨 시민 40여명은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민중가요를 따라 불렀다. 가사 한 자도 틀리지 않았다. 6월항쟁 당시 거리로 나선 청년들은 어느새 머리가 희끗희끗한 50~70대 중년·노년이 되었지만, “수십년 전 인데도 노래가 기억난다”며 1987년 6월을 재현했다. 사무직 노동자들을 일컫는 ‘넥타이 부대’는 6월항쟁 당시 학생들이 이끌던 시위대열에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10일 30년 전 6월항쟁의 그날이 광장에서 재현됐다. ‘6월민주항쟁30년사업추진위원회’는 이날 1987년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민주시민 대동제-6.10 민주난장’을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800여명의 시민은 각각 동학농민군, 삼일만세군, 사월혁명군, 오월 광주시민군, 유월항쟁군, 탄핵 촛불시민군 등 주요 민중항쟁을 재현하면서 6월 민주항쟁을 되새겼다. 이들은 6개 그룹으로 나뉘어 서울 도심을 행진한 뒤 서울광장으로 집결했다. 6월항쟁을 재현한 유월항쟁군은 오후 2시30분께 명동성당을 출발해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넥타이 부대를 선두로,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공장 노동자,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대학생들이 뒤따랐다. 초록색 페트병에 주황색 손수건을 꽂아 만든 화염병 모형을 든 시민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전두환은 물러가라” 등 6월항쟁의 구호를 목놓아 외쳤다. ‘한열이를 살려내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적힌 현수막이 행렬 선두에 섰다.
30년 전 거리에 나섰던 시민들은 “30년 전 6월 항쟁과 지난해 촛불집회가 연장선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남근우(61)씨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일원으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30년 전 최루탄 연기 자욱한 명동성당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며 “6월항쟁은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반쪽의 승리로 끝났지만, 대통령을 끌어내고 새 정권을 탄생시킨 촛불혁명을 지켜보면서 그때의 민주항쟁이 지금에서야 완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1학년 때 6월항쟁에 참여했던 정지영(50)씨도 “지금껏 텔레비전으로 6월항쟁 기념식을 생중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올해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축사하는 것을 봤다. 지난해 촛불 이후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최근의 시민저항을 상징하는 촛불시민군은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박근혜 탄핵’, ‘세월호 진실 인양’ 등을 외치며 그날의 집회를 기억했다. 촛불시민군 백성례(58)씨는 “국민이 직접 촛불을 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 대통령을 뽑은 지금, 진짜 민주화가 왔다고 생각한다. 6월항쟁 당시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가졌던 염원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6개의 그룹으로 나뉜 800여명의 시민들은 서울광장으로 집결해 대동합 굿을 진행했다. 대동합 굿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마음을 다진다는 의미의 ‘터씻음’, 어제의 청년과 오늘의 청년이 만나는 의미의 ‘맞이굿’ 등으로 구성됐다. 오후 5시부터 100인의 북·소리·무예 공연도 진행됐다. 오후 7시 서울광장에는 6월민주항쟁 30년 맞이 국민대회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6월항쟁계승사업회 등 전국 시민사회 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다. 6월항쟁을 상징하는 민중가요인 ‘광야에서’가 제창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윤선애씨와 ‘그날이 오면’을 부르는 순서도 마련됐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출발해 광화문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6월항쟁군’.
1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을 출발해 광화문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6월항쟁군’.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출발해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도착한 ‘촛불시민군’.
10일 서울 서울역파출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 도착한 ‘5월 광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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