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 호테크 (1868~1914)
1914년 6월28일, 남편과 함께 암살당하다
조피 호테크는 백작 집안의 따님, 지체 높은 귀족이었다. 그런데 그의 사랑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황제의 조카이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후계자. 황제는 “신분이 낮다”며 조피를 마뜩잖아했다. 1900년 7월1일, 두 사람의 결혼식에 ‘시댁 식구’ 대부분이 오지 않았다. 조피도 남편도 둘이 낳은 아이들도, 제국 궁정에서 냉대를 받았다.
그래도 다정한 부부였다. 열네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두 사람은 사라예보를 방문했다. 그들의 차를 향해 누가 폭탄을 던졌다. 부부는 무사했지만 여러 사람이 다쳤다. 다친 사람들을 위로하러 병원에 가던 중 이번에는 세르비아 사람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뛰어나와 권총을 쐈다. 남편은 목에, 조피는 배에 총을 맞았다. 둘은 십분 차이로 숨을 거두었다. 1914년 6월28일의 ‘사라예보 사건’이다.
살아생전 두 사람은 오스트리아 황실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죽자 황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최후통첩을 했고, 7월28일에 전쟁을 선포한다.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편들었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가 끼어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다.
김태권 만화가
위키피디아
일러스트 오금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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