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 했어요. 내 이름자도 못 써요. (나처럼) 돈 없어서 못 배우는 학생들 주려고 그랬어요.”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사는 서부덕(77)씨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씨는 지난해 10월 보성장학재단에 자신의 재산 8천만원을 기부했다. 서씨가 25살 때부터 국내 이곳저곳을 돌며 비단과 멸치, 오징어, 명태 같은 것을 팔아 번 돈이었다.
“50년 동안 보따리장수만 했어요. 안 해본 장사가 없어. 여수에서 멸치랑 마른반찬 떼서 서울이나 강원도 가서 팔고, 일주일 그렇게 하고 토요일 밤에 돌아와서 밥이랑 반찬 해놓고 다시 월요일에 올라가고. (지금도 하세요?) 못 하지. 지금은 다 늙어서 유모차 끌고 다녀요. 허허.”
서씨는 지난 5월엔 지역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나머지 재산 1천만원을 보성군 노인복지관에 기탁했다. 2010년부터 무용을 배우는 등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해오며 느낀 고마움을 기부로 갚았다. 그렇게 전 재산을 내놓고 올해부턴 연금으로 생활한다. 서씨는 “적은 돈이지만 생활에 불편이 없다”고 했다.
서씨는 29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는 ‘행복나눔인상’을 받는다. 서씨 외에도, 어린 암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화면을 설명해주는 봉사를 한 배우 한지민(35)씨와, 영어교사로 정년퇴임한 뒤 8년 동안 국제행사와 지역축제 통역을 하고 박물관 전시실에서 해설·통역봉사 등을 한 양해윤(84)씨 등 개인 42명과 민간봉사단체 10곳에도 장관상을 준다. 복지부는 2011년부터 해마다 나눔을 실천해 사회적 귀감이 된 ‘행복나눔인’들을 발굴해 격려하기 위해 이 상을 주고 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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