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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생 가르치는 ‘기간제’, 대체 우리는 무엇인가요

등록 2017-07-01 09:38수정 2017-07-01 09:43

[토요판] 뉴스분석 /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논란이 남긴 것

“기간제 교사 공무원 아니다”
정부 3년 동안 순직인정 안해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했으나
다른 기간제 교사에겐 적용 안돼

학교서 필요한 교사 숫자만큼
발령나지 않으면 기간제로 채워
전국 교사 10명 중 1명 기간제
급여·복지·업무환경 차별 많아
스승의 날인 지난 5월15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기억교실’ 2학년 3반 김초원 교사의 교단에 꽃과 선물이 놓여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에 대해 순직 인정 처리를 지시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스승의 날인 지난 5월15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기억교실’ 2학년 3반 김초원 교사의 교단에 꽃과 선물이 놓여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에 대해 순직 인정 처리를 지시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을 길이 어렵게 열렸습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은 지난 정부 조처는 정규직과 기간제를 나누고 죽음마저 차별하는 우리 사회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순직 인정에 이르기까지 논쟁 과정과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이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는 지난 27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원을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자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승의 날을 맞아 두 명의 선생님에 대한 순직 인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새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 정부는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두 선생님의 희생을 ‘순직’으로 보려 하지 않았다. 철옹성 같은 정부를 상대로 유족은 최후의 수단인 행정소송을 낸 상태였다.

안산 단원고에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과 함께 근무한 김덕영(39) 교사는 두 선생님에 대한 순직 촉구를 앞장서 왔다. 특수학급(장애학생들에게 통합교육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 이하 학교에 설치된 학급)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 역시 기간제 교사다. 두 선생님이 희생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하자, 2015년 5월 인터넷 카페 ‘세월호 참사 희생교사 동료들의 서명운동본부’를 만들어 동료 교직원들과 함께 온·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을 했다. 5월11일 서울행정법원 법정에서 ‘두 선생님이 단원고에서 맡은 업무가 정규직 선생님들과 다르지 않음’을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서울 사당동에서 김 교사를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청했다. “두 선생님이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돼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허무했다. 이렇게 (순직 인정을) 해줄 수 있는 걸, 왜 그토록 해주지 않았던 건지….”

어쩌면 내 일이었을

2014년 4월16일 오전, 김덕영 교사는 특수학급 학생들과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가 수학여행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긴 시간 배를 타는 건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휴대전화엔 여전히 동료 교사들과 수학여행에 대해 논의하던 카카오톡 화면이 남아 있다. 오전 9시11분 ‘배가 기운다’는 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단원고 교사 14명 가운데 11명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탈출이 용이한 5층에 있었던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선생님은 학생들을 비상 탈출구까지 데려가 탈출시킨 뒤 다시 물이 차 있는 배 안으로 들어가 구조활동을 했다. 같은 층에 있던 2학년 7반 이지혜 담임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배에서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자 아래층으로 내려가 당황하는 학생들을 안정시키고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6월, 사망 사실을 확인한 교사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을 청구한다. 그러나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유족이 낸 청구서만 되돌아왔다.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두 선생님을 제외한 교사들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공무를 수행하다 숨진 ‘순직공무원’(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기간제 교사만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15년 6월 경기도교육감은 두 교사 유족을 대신해 공무원연금제도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는 민간 근로자이지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자 2016년 6월 김초원 선생님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낸다. 소송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은 “실적과 자격에 따라 임용되고, 그 신분이 보장돼 평생 공무원으로 근무할 것이 예정돼 있는 경우에 공무원연금법이 적용되는데 기간제 교사는 임시직에 불과하다. 원고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기간제 교사 전체의 지위 변동이 초래되고 공무원연금제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을 따라 채용된다.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이라고 해석하면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이 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김덕영 교사는 억울했다. “기간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무원은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직장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희는 ‘계약직 근로자’니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업무상 재해 중 사망)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휴직·연수·파견 등으로 정규직 교사 자리가 비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에서 기간제 교사를 임용할 수 있다. 그런데 김덕영 교사의 경우 야간대학원에서 특수교육학을 공부하던 2009년부터 단원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특수학급에 필요한 정규직 교사 수는 늘 모자랐다. 빈자리는 김 교사를 비롯한 기간제 교사들이 메웠다.

국공립 유치원, 초·중·고 교사는 국가공무원으로 행정자치부와 교과부 협의로 정원이 결정된다. 각 학교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정한 지침에 따라 필요한 교사 정원을 확정하는데 이 숫자만큼 교사 발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학생 수 감소와 예산 문제로 교사 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교사 미발령에 따라 임용하는 계약직 교사를 일명 ‘정원외 기간제 교사’라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7~8년 전부터 정원외 기간제 교사 채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교육부가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에 교사 정원을 제대로 배정해주지 못하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 부족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소한 것이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역시 정원외 기간제 교사였다.

단원고가 2014학년도에 필요하다고 한 교사 수는 80명이었지만 경기도교육청이 발령 낸 수는 67명이었다. 학교는 모자란 숫자를 채우기 위해 기존에 근무하던 이지혜 선생님 등 9명을 재임용했다. 여기에 4명이 더 필요하자 기간제 교사 채용공고를 내 김초원 선생님 등을 임용한다. 각각 과학·국어 과목을 맡았던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은 다른 정규교사들과 마찬가지로 행정 업무를 담당했고 담임도 맡았다. 김 교사는 “담임은 기피 업무다. 교감 선생님이 담임 업무를 신청하지 않은 선생님들을 따로 면담한다. 설득이 잘 안되면 기간제 교사들에게 담임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순직공무원이 될 길이 열리면서 김초원 선생님 유족이 행정소송을 유지할 이유는 사라졌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다’라던 인사혁신처의 기존 입장이 바뀐 건 아니다.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2조 4항 ‘그 밖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규 공무원 외의 직원으로서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하는 사람’ 항목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포함시켜 두 선생님이 순직공무원이 될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두 사람만 예외적으로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또다른 기간제 교사가 직무를 수행하다 희생당할 경우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상 교육공무원이므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공무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가에 고용돼 ‘공무’를 수행하는 비공무원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며 “순직 인정은 공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나 실무적으로 ‘공무원’ 인정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같은 일을 수행하다 동일한 상황에서 사망한 사안에 대해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다르게 대우하는 건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공직자의 경우 정규직·비정규직 등 신분과 관계없이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산 단원고에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과 함께 근무한 기간제 교사 김덕영씨는 두 선생님에 대한 순직 촉구를 앞장서 왔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잔인한 현실을 새삼 실감했다.
안산 단원고에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과 함께 근무한 기간제 교사 김덕영씨는 두 선생님에 대한 순직 촉구를 앞장서 왔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잔인한 현실을 새삼 실감했다.

지난 2015년 9월9일 오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아버지와 불교시민단체 회원, 해고 노동자 등이 서울 종로구 조계종 대웅전 앞에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시작해 정부서울청사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2015년 9월9일 오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아버지와 불교시민단체 회원, 해고 노동자 등이 서울 종로구 조계종 대웅전 앞에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시작해 정부서울청사로 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똑같은 일, 다른 대우

김덕영 교사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정규직 교사들은 어렵게 임용시험을 통과했으므로 그만큼 대접을 해주는 게 맞다고 여겼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 잔인한 현실을 새삼 실감했다. 기간제 교사 차별 문제에 대해 용기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른 교사들이 모두 가입된 단체보험에 기간제 교사들만 가입돼 있지 않았더라. 2014년 이전에도 수학여행을 갔는데, 단 한번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질병·상해사망 보험 등 단체보험가입과 그 외 건강관리·자기계발·여가활동 등을 일정 금액 내에서 지원하는 맞춤형 복지제도를 운용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만 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들은 맞춤형 복지제도 대상에서 배제됐다. 수학여행을 앞두고서도 기간제 교사들에 대해선 단체보험이나 여행자보험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유족은 다른 교사 유족들에게 지급된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김 교사는 참사 당시 단원고 재직중이었던 교직원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일을 쉬고 있다. 기간제 교사인 그가 휴직을 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은 ‘휴직’을 신청할 경우 곧바로 계약이 만료되는 것라고 했다. 법률 전문가에게 법 해석 조언을 구하고 학교장과 논의한 끝에 휴직이 받아들여졌다.” 참사 당시 단원고에 재직했던 교사 90%가량은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교단을 떠났다. 그는 단원고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참사 관련 행정업무를 처리할 사람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다시 돌아갈 학교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으면 한다. “학생들이 자유로운 학교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안전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는데, 공문에 따라 시행하는 교육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대피훈련을 하는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학교는 ‘차별’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므로 모두가 평등한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 교사는 가방에 넣고 온 문서 몇 장을 기자에게 건넸다. 기간제 교사들이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에 호소한 내용이었다.

“학교 내 성추행·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피해학생을 도우려 했으나 기간제 교사 주제에 나서지 말라며, 발설 않겠다는 각서 강요하고 채용에 불리하게 만들겠다고 함”, “훨씬 많은 일을 하고 기피하는 일을 떠맡아도 정규직 교사들보다 훨씬 낮은 성과급 금액을 받을 때마다 너무나 자괴감이 든다”, “경력이 17년이나 됐다. 방학 중에 월급을 주기 싫어 1학기씩 쪼개어 계약을 한 경우도 몇 년이나 됐다. 무기계약직이라도 원한다”, “학교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기간제 교사임을 강조해 불신을 받게 조장한다”, “기간제 교사는 발언권이 없다고 함. 투표권 없고 의견 제안을 할 수 없다”

2016년 8월 발간된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교사는 49만1152명이다. 이 가운데 기간제 교사는 4만6666명으로 전체 교사의 9.5%에 달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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