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나타난 떠돌이개 백구가 포획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김진완 교육연수생
지난달 29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 강동구청 직원 2명, 소방대원 5명,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동물구조협회) 직원 1명 등 8명이 1년째 이 아파트 주변을 떠돈다는 진돗개 ‘백구’를 잡으려고 모였다. 아파트 단지 구석 잔디밭에 가로 160㎝, 세로 55㎝, 높이 85㎝ 크기의 철제 포획틀을 설치했다. 틀을 나무에 묶어 고정시키고, 백구가 좋아할 만한 고기 사료를 미끼로 넣어두려던 찰나, 강동소방서 대원 한명이 무전을 받았다. “개가 바로 요 앞에 있다는데요?” 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 ‘백구 포위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잠시 모습을 드러낸 백구는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쏜살같이 포위망을 벗어나 도망갔다. 매달 한번꼴로 민원이 접수되는 요주의 대상 백구를 이날도 놓쳤다.
동네를 떠도는 개를 발견했을 때 주민들이 가장 먼저 전화하는 곳은 대개 소방서다.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은 출동할 수밖에 없는데 ‘인명 구조’가 1순위인 소방대원들은 일반적인 동물 구조 업무 부담까지 맡아야 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이날 포획 활동을 나온 강동소방서 관계자는 “최근에도 가락시장 근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고양이 구조 때문에 지원을 못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유기동물 발생 건수만 8만9732건으로 ‘백구’처럼 주택가를 떠도는 유기견이 많아지면서 주민들 신고가 늘고 있다. 이전 해에 비해 9.3% 늘어난 수치다. 이들을 포획해 구조하는 체계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 구청 직원과 동물구조협회 직원만 짝을 지어 나설 경우 안정제나 마취총 등을 사실상 쓰기 어렵다. 마취총에 들어가는 마취제는 마약류로 분류돼 법적으로 수의사와 동행해야 한다. 안정제는 수의사 처방을 받아 써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 행정직들로는 별도의 훈련 없이 한계가 있어 소방서의 협조를 구한다. 수의사나 소방대원이 빠진 포획팀은 뜰채나 포획틀 정도만 쓴다. 이날 모인 ‘포획팀’처럼 구청·소방서·동물구조협회 등에서 고루 출동해도 잡기 힘든 유기견을 한정된 도구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떨어진다. 최재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장은 “소방관과 수의사 모두 인명 구조나 병원 업무 등 우선순위의 일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함께 포획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강동구청 직원 2명, 소방대원 5명,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동물구조협회) 직원 1명 등 8명이 1년째 이 아파트 주변을 떠돈다는 진돗개 ‘백구’를 잡으려고 모였다. 아파트 단지 구석 잔디밭에 가로 160㎝, 세로 55㎝, 높이 85㎝ 크기의 철제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백구’ 포획에 실패했다. 김진완 교육연수생
‘유기견 포획’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유기견들과 정든 일부 주민들은 포획에 강력히 반대한다. 최재민 동물복지팀장은 “유기견들이 입양되기는 쉽지 않고 결국 안락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동네에서 보살필 테니 포획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는 민원도 꽤 있다”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이소연 팀장은 “자치구에서는 민원이 들어오니 어쩔 수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유기하지 않도록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유기했을 때 처벌을 강력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상 포획된 유기견은 보통 15일 동안 공고를 통해 주인을 찾다가 5일의 입양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된다.
박수지 기자, 김진완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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