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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 초복 앞둔 모란시장 ‘찬바람’

등록 2017-07-09 17:42수정 2017-07-09 22:34

상인들 “올 매출 80~90% 줄듯” 울상
15개 업소, 개 도축·전시 시설 철거
7곳 거부…성남시 “업종 전환 설득”
서울 도심선 개식용 찬-반 집회도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개 식용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거세게 맞붙고 있다. 12일 초복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는 ‘개고기 식용 반대’와 ‘상인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전국 최대 개고기 유통시장인 모란가축시장 상인들은 높아진 개 식용 반대 여론에 떠밀려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6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가축시장에 가림막으로 철제 우리와 도축 시설을 가린 채 ‘50년 전통시장을 사수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점포가 눈에 띈다. 모란가축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생존권 사수를 이유로 도축 시설 철거 등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 조진영 교육연수생.
6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가축시장에 가림막으로 철제 우리와 도축 시설을 가린 채 ‘50년 전통시장을 사수한다'는 현수막을 걸어놓은 점포가 눈에 띈다. 모란가축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생존권 사수를 이유로 도축 시설 철거 등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 조진영 교육연수생.
■ 지자체와 협의에도… 혼란 빠진 모란시장 초복을 엿새 앞둔 지난 6일, 개고기 도·소매점과 건강원·식당 등이 빼곡히 늘어선 모란시장 거리엔 오가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가게 앞에 나와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개고기 도축·판매업자 ㄱ씨는 “원래 복날은 대목이라 정신 차릴 새 없이 바쁜데, 올해는 80~90% 이상 매출이 줄 것으로 보인다. 손님도 하나 없는데 매달 월세는 나가니까 속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애견인구 증가로 개고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모란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성남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상인들은 살아있는 개를 보관·전시·도살하지 않고, 시는 업종전환과 환경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개고기 판매와 유통은 계속하되, 개 식용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에게 혐오스럽게 비치는 시설을 없애면, 시가 ‘업종전환 지원’이라는 당근을 주는 식이었다. 개고기를 도축·판매하는 업체 22개 중 15개가 협약에 참여해 지난 2월부터 관련 시설 철거를 시작했다. 모란가축시장 상인회장 김용북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 도축과정이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지적을 인정한다”며 “수요 자체가 점점 줄어드는 등 위기상황을 맞아 상인들 사이에서도 ‘다른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전환에 나선 상인들은 기대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토로하고 있다. 성남시에 따르면, 모란시장 가게 4곳은 시에서 설치해준 텐트 아래서 곱창구이 등을 판매하며 업종 전환을 시험하고 있다. 모란시장에서 23년 동안 개고기를 판매해온 업주 ㄴ씨는 “환경정비가 완료되면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를 맞춰 음식 장사를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업주 ㄷ씨는 “젊은이들도 실패하는 창업에 50대인 내가 뛰어들자니 막막하다”며 “시에서 약속한 정비도 자꾸 지연돼 적자가 쌓이는 날만 늘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7곳은 여전히 살아있는 개를 도축하고 있었다. 그 중 2곳은 철제 우리에 갇힌 개들을 도로 한복판에 진열해두고 있었다. 6일 철제 우리에 갇힌 개들이 도로 한복판에 진열돼있거나, 점포에 설치된 가림막 사이로 살아있는 개가 도축을 위해 끌려가는 장면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하루 평균 40~50마리의 개가 도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남시는 협약에 반대하는 상인들을 지속해서 설득하고 업종 전환 지원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업종전환을 위해 저금리 대출 알선, 출장 컨설팅 등 행정적인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스톱 잇(STOP IT) 2017’ 페스티벌을 마친 뒤 개고기 식용 금지를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동물권 단체 ‘케어’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스톱 잇(STOP IT) 2017’ 페스티벌을 마친 뒤 개고기 식용 금지를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초복 앞두고… 개고기 찬반 집회 ‘맞불’ 도심에서 개 식용 찬반 집회도 맞붙고 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스톱 잇(STOP IT) 2017’ 행사가 개최됐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등이 주최한 이 행사에 주최 쪽 추산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개식용 금지, 개농장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선 8일에는 복날 반대 행진도 열렸다. 시민단체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과 시민 등 100여명은 이날 종로구 인사동에서 집회를 열고 “개고기는 중국 전통에서 파생한 악습이다. 복날의 한자 ‘복(伏)’자에 ‘견(犬)’자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복날에 무고한 개들이 도살돼 식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들도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0만 육견인의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식육견과 반려견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육견단체 회원 1500여명(주최 쪽 추산)은 “개사육 농민 다 죽는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고한솔 기자, 조진영 교육연수생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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