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이 부회장을 기소한 특검과 이에 맞서는 변호인단의 신경전이 연일 치열하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기간 만료일인 오는 8월 말 이전에 선고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 부회장 재판에 나선 ‘창’과 ‘방패’의 공방은, 법정을 옮겨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뇌물을 건넨 이와 받은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이 부회장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채택을 놓고 벌어진 ‘장외 여론전’이 이번 주엔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나올 이 부회장의 ‘증언 거부’를 둘러싸고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지난 6일 새벽까지 이어진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른바 ‘안종범 수첩’을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간접증거)로 채택했다. 대통령의 지시·전달 사항이 촘촘하게 적힌 이 수첩은 지난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로 꼽힐 만큼 파괴력을 인정받은 바 있어, 이날 재판부의 선택을 둘러싼 장외 공방이 벌어졌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일부 언론은 ‘직접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며 특검이 불리한 처지에 몰렸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특검은 “재판부에 직접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재판부가 특검의 주장을 100% 받아들였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에선 재판의 정상적인 수순을 놓고 양쪽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과정을 줄곧 지켜본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때 ‘수첩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논리로 증거채택에 계속 반대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재판부가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에 특검 쪽 주장을 수용한 것이지만 이는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수첩’이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로 채택된 것 역시 형사소송 절차를 아는 이들이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많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뇌물 사건은 원래 직접증거가 많지 않다. 뇌물을 주고받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정리한 메모이니 당연히 간접증거인데, 간접증거라고 증명력이 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했으니, 앞으로는 이 수첩이 특검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부장판사도 “특검은 수첩의 ‘증거능력’을 강조하는 것이고, 변호인단은 ‘증거이긴 한데, 직접증거가 아니니 비중을 크게 두지 않으려는 것인 만큼 지금으로선 양쪽 모두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기업 총수들의 뇌물 사건에서도 직접증거가 있었던 적은 별로 없다. 누구든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통령과 당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참모가 작성한 것이어서 단순한 간접증거로 평가절하할 순 없고, 결국 재판부가 다른 증거와 함께 그 가치와 신빙성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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