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꿈꿨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생애 첫 음반 발매를 목전에 두고 코러스 녹음에 참여할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은)는 11일 온라인 웹 홍보물을 통해 “길 할머니와 함께 노래할 코러스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길 할머니의 목소리에 더해 코러스 녹음을 희망하는 10~20대 청년은 12일까지 지원 글을 적어 정대협에 보내면 된다.
길 할머니는 평소 목소리가 좋고 노래를 워낙 잘해 몇 년 전부터 음반 제작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건강 문제로 미뤄오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음반 녹음을 시작해 ‘한 많은 대동강’, ‘아리랑’, ‘눈물 젖은 두만강’ 등 젊은 시절부터 즐겨 부르거나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15곡 녹음을 마쳤다. 현재 음반의 마지막 수록곡인 ‘바위처럼’ 코러스 녹음만 남겨둔 상태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있을 때, 자신의 생명도 꿈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던 한 여성이 아흔살이 돼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이번 음반 발매를 통해 길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넘어 꿈과 가능성을 가진 개인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음반 작업에 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아름다운 화음을 넣을 청년을 모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반은 오는 8월14일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에 2000장 한정판으로 발매된다. 음반이 나오는 당일엔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기림일 문화제가 열리는데, 할머니의 첫 콘서트도 같은 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피해 사실을 증언한 8월14일(1991년)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로 정부가 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연구소(가칭) 설치 및 국립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부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민간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기려온 8월14일을 정부 차원의 기림일로 공식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아 서울 시내에 군 위안부 박물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가해진 전쟁 폭력의 실상을 되새기는 작업이 정부 차원에서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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