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낙인 지표조사’ 한국 최초 발표
자책감·죄책감·낮은 자존감 등
심각한 수준의 ‘내적 낙인’ 경험
자책감·죄책감·낮은 자존감 등
심각한 수준의 ‘내적 낙인’ 경험
한국에 거주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들이 자책감, 죄책감 등 심각한 수준의 ‘내적 낙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증 등이 발생하며, 이런 상태를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라고 부른다.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 공동 기획단’은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HIV 낙인 지표’는 감염인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정도를 지표화한 것으로, 2006년 유엔 산하기관인 유엔에이즈(UNAIDS) 주도로 개발됐다. 한국에서 이 지표를 조사한 연구는 처음이다.
조사 결과, 한국 HIV 감염인들은 ‘자책감, 죄책감, 낮은 자존감’ 등 매우 심각한 수준의 ‘내적 낙인’을 경험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스스로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느낌 등의 항목에서 한국 감염인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국 감염인들은 감염 사실에 대해 ‘나를 탓하는 감정’을 느낀 비율(75%)이 독일(32.2%)의 두 배 이상 높았고, ‘죄책감’을 느꼈다는 응답(64.4%)도 독일(22.8%)의 세 배 가량이었다.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응답자도 36.5%에 달했다. 감염인들의 내적 낙인을 심화하는 요인으로는 부정적 언론 보도와 인터넷 댓글이 꼽혔다. 응답자의 63.5%는 ‘일부 종교단체의 활동으로 HIV·AIDS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번 연구는 2년에 걸쳐 104명의 감염인을 조사해 이뤄졌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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