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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외유내강형·마라토너형·기선제압형…국정농단 재판장이 궁금해?

등록 2017-07-17 09:30수정 2017-07-17 09:34

박근혜 재판 ‘외유내강형’ 판사
발언권 충분히 주며 친절하게 설명
주4회 재판 항의엔 단호…양형도 센편

이재용 재판 ‘마라토너형’ 판사
특검-삼성 접전에 길어지는 재판
양쪽 중재하며 ‘1박2일’ 진행도

우병우 재판 ‘기선제압형’ 판사
“불필요한 내용…불쾌” 단호한 제지
반복질문이나 상대 비방 틈 안줘
법정에서 재판부는 심판자이면서, 날 선 공방을 원활히 조정하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사건일 경우, 재판 결과만큼이나 재판 과정에 대한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탄핵된 대통령, 재벌 총수, 고위 관료가 줄줄이 등장하는 ‘국정농단’ 재판은 말 그대로 ‘세기의 재판’이다. 법정을 휘감는 긴장감도 그만큼 크다. 재판장의 소송지휘 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검찰과 변호인, 피고인들의 표정과 태도도 시시각각 변한다. 종착점을 향해 가는 ‘국정농단’ 1심 재판부의 ‘스타일’과 재판 분위기를 톺아본다.

박근혜 재판장은 ‘외유내강형’

“심리할 사항이 많아서 주 3회로는 밤늦게까지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 4회 재판하면서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피고인들 건강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합니다.”(김세윤 부장판사)

지난 3일 박 전 대통령 쪽 유영하 변호사가 “일주일에 4일씩 재판하면서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하자 나온 김 부장판사의 답변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된 5월 중순 이래 재판 시작 때마다 반복되는 공방이지만, 김 부장판사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 편이다.

그는 법정에서 물 흐르듯 부드러운 표현을 쓰지만 정한 원칙은 끝까지 밀고 나간다. 외유내강형이다. 재판 때 피고인들에게 수차례 발언권을 주고, 변호인이나 검사의 발언을 중간에 끊는 경우도 적다. 나긋한 목소리로 “자, ○○○ 피고인”이라고 부르며 피고인들에게 친절하게 재판 내용을 풀어줄 때는 ‘유치원 선생님’이 연상될 정도다. 검사에게 호통을 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는 증인에게 대놓고 역정을 내는 최순실씨도 그의 말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다. 서초동 변호사들은 김 부장판사에게 ‘선비’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지난 5월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되면서 ‘원칙’과 관련해서는 이전보다 더 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호인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월 중순부터 최대 6개월인 1심 구속기간 등을 고려해 김 부장판사가 정한 원칙대로 꼬박꼬박 일주일에 네 번씩 재판이 열리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평소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엔 양형이 센 편이어서 친절한 재판 진행 방식에 안심하다가 ‘막판 반전’에 놀라는 일이 많다는 게 법조인들 평가다.

지난해 12월 이래 김 부장판사의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정농단’ 관련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비롯해 차은택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13명에 이른다. 그만큼 관록이 쌓인 셈이다.

이재용 재판장은 ‘마라토너형’

“검사님, 증인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모르니 내용을 다시 물어보시죠.” “증인, 다시 확인하겠습니다.”(김진동 부장판사)

밤늦게까지 ‘개정중’ 알림등이 켜진 법정. 한없이 길어지며 나른해진 재판이지만, 유독 지치지 않는 재판장의 목소리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삼성 뇌물’ 사건 재판에선 논점을 이탈한 질문은 재판장에 의해 제지되기 일쑤다. 물에 술 탄 듯 애매모호한 증인의 답변도 “잘 생각해보라”는 재판장의 주문을 거치면 비교적 명쾌한 답변으로 돌아온다.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마라토너를 닮았다. 지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왔을 때도 이런 페이스는 흔들림이 없었다. 김 위원장이 “삼성이 법을 지키는 걸 넘어 사회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없다”는 답을 수차례 내놓자, 김 부장판사는 “증인이 또 (질문 취지에서) 벗어났다”며 논점이 곁가지로 흐르는 걸 막았다.

김 부장판사는 ‘복습’에 강하다. 사건의 쟁점을 명쾌하게 정리하기 때문에 쉽게 옆길로 새지 않는다. 재판 시작 때마다 2~3분간 지난 공판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형사소송을 많이 하는 변호사들도 김 부장판사가 심리에 앞서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판을 비교적 깔끔하게 이끈다고 평가한다.

쟁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앞만 보며 우직하게 나아가는 그의 이런 재판 진행은 특검팀과 이 부회장 쪽이 재판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벌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3시간 예정이던 특검팀 증인신문이 반나절을 넘기고, 공을 넘겨받은 변호인 쪽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반박하느라 또 반나절 가까이 쓰는 게 예삿일이다. 지난 5월26일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날 새벽 1시에 끝났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은 지난 4일 채 끝나지도 못해 증인신문 기일이 다음날 한번 더 잡히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금껏 양쪽을 적절히 중재해가며 반환점을 돌았고, 어느덧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병우 재판장은 ‘기선제압형’

“불필요한 내용으로 이 법정이 화젯거리가 되지 않도록 해달란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아까 사진을 보여주며 질문하는 것은 굉장히 불쾌했거든요.”(이영훈 부장판사)

지난달 29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차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이 얼어붙었다. 증인으로 나온 장시호씨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벌인 공방의 열기가 채 가라앉지도 않았을 때, 재판장과 변호인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최순실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술술 내놓아 ‘특검 복덩이’로 불리던 장씨에게 우 전 수석 변호인이 “특검으로부터 아이스크림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온라인 기사를 제시하며 장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이를 단호히 제지했다.

이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우 전 수석 재판은 매번 살얼음판에 가깝다. 검찰과 변호인 쪽에서 반복적인 질문이나 상대에 대한 비방 섞인 말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런 내용 질문하지 마시죠”, “이 사건에서 다투는 내용과 다른데, 이런 질문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다 똑같은 얘기인데 뒷부분 질문은 생략하시죠”. 법정 질서를 흩뜨리는 방청객에게도 가차 없는 편이다. 지난달 29일 이 부장판사는 법정을 나서는 장씨를 향해 “똑바로 살라”며 목소리를 높인 60대 여성 2명을 즉각 퇴정시켰다. 이 부장판사는 사석에서는 유쾌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과 잘 어울리고,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법정에선 한 치의 양보 없는 ‘호랑이’에 가깝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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