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컵을 3년 넘게 사용해온 ㄱ씨에게 ‘생리컵’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몇 살 터울의 언니에게는 말해도, 엄마에게는 말하지 못했다. ㄱ씨는 “주변 어르신들 보면, ‘처녀막’에 대한 환상도 그렇고 질 안에 뭔가를 삽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터부가 너무 강하다. 엄마가 그렇게 닫힌 분도 아닌데 엄마에게는 도저히 말을 못하겠더라”고 털어놨다.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20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생리컵 사용경험을 통해 본 월경문화 집담회’를 열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 자리에서 50명의 생리컵 사용자 인터뷰 결과를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실시한 이 조사는 지난 4월 생리컵 사용 실태 등을 파악하고자 진행됐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다.
조사 결과, 다수의 사용자는 경제적이고 편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생리컵을 선호했다. 하지만 체내 삽입형 생리용품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생리컵 사용에 거리낌을 느낀 적이 있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여성환경연대 경진주 활동가는 “질 내 삽입 제품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삽입형 생리대를 사용하면 ‘처녀막이 손상된다’는 등 잘못된 상식 때문에 가족 등으로부터 생리컵 사용을 지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생리컵 사용 경험을 통해 본 월경문화 집담회’가 열렸다.
여성들은 생리컵 사용에 거리낌을 느낀 이유로 ‘정보 부족’을 꼽기도 했다. 생리컵 사용법이나 건강에 끼칠 영향에 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1년째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30대 여성 ㄴ씨는 산부인과·약국 등에 가도 생리컵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생리컵 쓰고 난 뒤 불편함을 느껴 산부인과에 가봤다. 그런데 의사가 오히려 생리컵을 모르더라. 오히려 내가 의사에게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집담회에서는 국내 출시를 앞둔 생리컵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성환경연대는 “생리컵 사용법, 건강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청소년 시기 성교육 등을 통해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다양한 생리용품을 소개해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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