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 씨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연합뉴스.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61)씨가 증언을 거부하고 나섰다. 최씨의 증언거부로 이날 재판은 시작된 지 20분 만에 휴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이날 열린 이 부회장 등 재판 증언대에 선 최씨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날 증언에 앞서 자신이 자발적으로 출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자진해서 출석하려고 했는데 구인장을 발부받아서, 자진 출석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특검팀의 질문에는 ‘딸 유라를 강제로 데리고 가서 증언하게 한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답변을 계속 거부했다. 지난 12일 정유라씨가 불출석 신고서를 내고도 이 부회장 재판에 자진출석해 삼성 쪽에 불리한 증언을 내놓은 배경엔 특검팀의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씨는 “(정씨를) 새벽 2시부터 9시까지 어디에서 유치했는지에 대해 부모로서 당연히 물어봐야 할 사안인데, 검찰에서 얘기해주지 않았다. 유라 본인이 직접 나왔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증거채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특검이 딸을 데리고 가서 먼저 증인신문을 강행한 것은 딸로 하여금 저를 압박하기 위한,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수법이라고 생각해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특검팀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강압적인 수사를 펼쳤다고 주장하며, 이를 증언 거부 사유로 삼았다. 최씨는 “특검팀에서 조사받을 때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삼족을 멸하고 손자까지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저는 제 대가를 받고 영원히 이 나라에서 죄인으로 살겠다고 하는데, 옛날 임금님도 못하는 무지막지한 말을 한시간 반 동안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특검을 신뢰할 수 없고 협박과 회유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완전히 패닉한 상태이고, 살아 있어도 산 게 아니다”라면서 “특검의 회유와 압박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고 했다.
최씨가 검찰과 특검에서 자신의 진술조서 내용이 실제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진정성립 절차부터 증언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재판은 20분 만에 휴정에 들어갔다. 이날 특검팀은 “최씨는 자신의 재판에서는 해당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해놓고 이 재판에서 진정성립 여부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진정성립 등은 최씨가 증언을 거부할 사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20여분간 휴정 시간 동안 자신의 변호인과 상의해 증언거부권 행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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