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나 국적 20대 손 들어줘
“야당 활동으로 안전하지 않아” 주장에
“우려 타당” 개인 박해 가능성에 주목
“야당 활동으로 안전하지 않아” 주장에
“우려 타당” 개인 박해 가능성에 주목
자국에서 야당 당원으로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고 주장한 가나 국적자를 난민으로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박해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임수연 판사는 가나 출신 ㄱ(48)이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ㄱ의 손을 들어줬다고 1일 밝혔다. 가나 신애국당(NPP) 당원인 ㄱ은 2008년 가나에서 도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타이 등 5개국을 거쳐 2010년 한국에 왔다. ㄱ은 가나에서 20여년간 정권을 장악했던 국민민주의회(NDC)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 납치돼 오른쪽 무릎이 골절되는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야당 지지 활동을 했던 아버지는 군인들로부터 고문당하다 숨졌다는 게 ㄱ의 주장이었다.
ㄱ이 지지하는 신애국당은 2000~2008년에 이어, 지난해 말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ㄱ은 “가나는 신애국당 활동가들이 지금도 납치돼 살해되는 등 여전히 안전하지 않아 돌아갈 수 없다”며 2015년 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ㄱ이 납치된 뒤 1년이나 더 고향에 머물렀고, 한국에 오기 전 5개국을 거치면서도 난민 신청을 안 했다”며 ㄱ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봤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임 판사는 “가나에선 국민민주의회가 장기집권하며 경찰, 군, 행정, 사법 등 전반적 주도권을 장악해 반대당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빈번히 박해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당 지지 활동으로 인지도가 있어 부패한 경찰에게 피해 상황을 신고하지 못했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어 지냈다는 ㄱ의 진술은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또 “ㄱ이 (한국에) 오기 이전 (거친) 나라에선 난민제도가 운영되지 않거나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원은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개인에 대한 박해 가능성이 저절로 소멸되는 건 아니라고 봤다. 임 판사는 “여전히 국민민주의회가 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고, 친척들도 ㄱ에게 아직 위험해 돌아오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한다”며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고 해도 여전히 국민민주의회가 사회 저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어서 ㄱ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했다. 또 ㄱ의 고향이 국민민주의회에 80%가 넘는 지지를 보내는 등 “정치적 기반”으로 자리하고 있어 반대당원인 ㄱ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높다고도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개인에 대한 정치적 박해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데 주목한 판결”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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