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 1심 재판이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 160일 만인 7일 마무리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형과 변호인 쪽 최종변론 및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로 이어질 이날 결심 공판이 끝나면,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인 오는 27일 직전에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의 판결 선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정된 대법원 규칙에 따라 선고 공판이 생중계될지도 관심사이다.
■ 얼마나 구형할까?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의 핵심은 ‘뇌물공여’다. 뇌물공여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수뢰액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뇌물수수에 견줘 법정형이 높지는 않지만, 일단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면 다른 혐의까지 줄줄이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에게는 뇌물공여 외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이 걸려 있다.
특검의 공소사실을 보면, 회사 돈을 횡령해 뇌물을 건네고 이를 숨기기 위해 최순실씨의 독일 법인인 ‘코어스포츠’와 허위 용역계약서를 쓰는 등 이 부회장의 범죄행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것은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이면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한 판사는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재판부가 양형에서 여러 사정을 고려한 ‘작량감경’을 최대한 하더라도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나머지 혐의는 뇌물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결국 핵심은 뇌물공여”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국회위증’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이다.
■ ‘뇌물공여’ 두고 어떤 공방?
삼성과 특검이 52차례 재판에서 ‘뇌물공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삼성 쪽은 초반에는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했다가 재판 막바지에는 ‘최순실씨의 겁박’ 때문이라는 사실을 더 강조했다. 민간인인 최씨 요구로 지원했다고 주장할 경우 뇌물공여죄의 성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런 주장이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이 부회장에게 돈을 요구해 돈을 건넨 점을 삼성도 인정하고 있을뿐더러, 삼성이 최씨를 두려워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공적 권한’을 두려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판 막바지에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 지원에 대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에게만 보고했을 뿐,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를 전형적인 막판 ‘운전자 바꿔치기’라고 봤다. 이 부회장이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며 돈 제공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한 이상,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요구를 받은 유일한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 쪽의 ‘공익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은 “승마 지원, 영재센터, 미르재단 등에 대한 돈 제공이 어떻게 공익 활동이냐”고 반박했다. 한 판사는 “돈이 오간 것은 사실로 확정된 만큼, 그 돈의 성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결국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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