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최지성 끝까지 ‘셀프 덤터기’…“내게 책임 물어 달라”

등록 2017-08-07 17:02수정 2017-08-07 18:10

‘삼성 뇌물’ 사건 최후진술서 “이재용 보호하려 총대멘 거 아냐”
박상진 등 “정유라 승마 지원, 대가 얻으려 안해…” 혐의 부인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한겨레> 자료사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한겨레> 자료사진
“만약 삼성에 책임을 물으신다면 판단력이 흐려진 제게 물어주시길 말씀드립니다.” (최지성)

“(최지성) 미전실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에 큰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장충기)

7일 ‘삼성 뇌물’ 사건 마지막 절차인 최후진술에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임원들은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도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진술을 했다거나 수사기관 때 진술을 번복했다는 특검팀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최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표를 돌려달라고 했다. 최 전 실장은 “이번 일은 오로지 제 짧은 생각과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독선, 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잘못 판단한 일”이라며 “최순실의 농단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인 이재용을 위해 한 것으로 생각한 적도 없다”며 이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최 전 실장은 “사실상 유고상태인 (이건희) 회장님을 대신해 그룹 업무를 총괄했던 미전실장으로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만약 삼성에 책임을 묻는다면 판단력이 흐려진 제게 물어주시고, 다른 피고인들은 제 판단을 믿고 따랐다는 점을 참작해주시길 마지막 기회를 빌어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도 최 전 실장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는 취지로 마지막 발언을 했다. 장 전 차장은 “오랫동안 홍보와 대외 협력업무를 맡으면서 이번에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는 심적 부담 등으로 재판 내내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편하게 자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최지성) 미전실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에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은 ‘대가를 바라고 정유라씨 승마 훈련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사장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뇌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순간도 없다. 황 전 전무는 제 지시를 따라서 이행했을 뿐”이라고 했다. 황 전 전무도 “승마지원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삼성의 승마 지원이 어떤 대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본 적 없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최 전 실장 등 최후진술 전문.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
“지난 5개월여간 (재판을) 진행해주신 재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자 승마협회 회장으로서 특정 선수 부당한 지원 이뤄지게 한 적 없습니다. 좀더 단호하게 (하지) 못한 불찰에 대해 특히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승마지원에 대해 어떤 대가 바라고 뇌물이라고 한 순간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고민도 많았고 힘들었지만 승마지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상화하고 조기 종료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재판장님, 제 개인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더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 잘 살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황성수 피고인은 제 지시에 따라 이행을 했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씀 들어주시고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사건에 연루돼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특검에서 조사 받는 과정에서 저는 모 검사님으로부터 ‘존경하는 최 부회장, 여기서 봐서 안타깝다 최 부회장은 타깃이 아니다. 우리 원하는 건 이재용이다. 쓸데없이 총대 메지 마라. 진술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벌받지 않겠다고 40여년 삼성그룹 이끈 조직의 장으로서 거짓하말며 책임을 피하겠습니까. 저는 평생 그리 살지 않았습니다.

학생운동을 하다 징집당해 군에 다녀왔고, 학생운동을 계속 해주길 바라는 동료 선후배들의 시선 따갑게 느끼며 가난한 공무원 집안 4남매 중 장남이라 생계를 위해 삼성에 입사했습니다. 후진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겠느냐는 선진국 경쟁사의 비아냥 속에 삼성 반도체가 1위로 우뚝 서는 데 일조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소니(SONY)를 꺾고 세계 1등이 됐고 휴대폰을 맡아 모두 넘볼 수 없다고 본 노키아를 꺾고 세계 1등이 됐습니다. 지난 7월7일엔 (삼성이) 인텔을 꺾고 세계 최대 제조업체 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삼성에 입사한지 40주년 된 날이었습니다. 새벽 2시 반까지 재판이 이어진 그날은 내내 후회와 반성, 뭔지 모를 서글픔으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진술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오전 10시 시작한 특검 참고인 신문이 갑자기 피고인 신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조서를 보면 책임 추궁을 당하는 장면에서 ‘제가 그때 그리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과 진술을 바꿀 수 없다’고 한 전후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재판장님, 이번일은 제 짧은 생각과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독선, 법에 대한 무지에 의한 것입니다. 최순실의 농단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정인 이재용을 위해 한 것으로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당시 제 판단이 청탁과 대가에 얽혀 범죄행위가 될 것이라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국민들이 꾸짖은 것처럼 결과적으로 특정 선수에 대해 부적절한 지원이 이뤄진 건 이유를 막론하고 반성하고 후회합니다. 2014년 5월 이후 사실상 유고상태인 (이건희) 회장님을 대신해 그룹 업무를 총괄한 미전실장으로서 이번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만약 삼성에 책임을 묻는다면 늙어 판단력이 흐려진 저에게 책임을 물어주시고, 다른 피고인들은 제 판단을 믿고 따랐다는 점을 참작해주시길 마지막 기회를 빌어 말씀드립니다. 여러 가지 무더운 환경 속에서 50여회 재판을 공정히 재판해주신 재판장님과 재판부에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먼저 저에게 마지막 진술기회를 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생전 처음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으며 제 자신을 진지하게 돌이켜 보게 됐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오랫동안 홍보와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왔습니다만, 이번에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자책감과, 제 자신과 회사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다는 심적 부담 때문에 재판기간 내내 단 하루도 편하게 잠자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후회합니다. 또한 미전실 실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제 책임을 다하지 못해 회사에 큰 누를 끼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많은 불편을 겪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사건 연계된 사정들을 잘 헤아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두서없는 제 말씀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저는 승마지원 실무를 처리하는 입장에서, 승마 지원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승마지원이 어떤 대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