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수급 업체들에 세금 전가해 고통 준 책임”
302억 비자금 조성은 무죄…“회사 이익 위해 쓰였을 수도”
302억 비자금 조성은 무죄…“회사 이익 위해 쓰였을 수도”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15억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창배(70) 전 롯데건설 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전 사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16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등 임직원 3명과 롯데건설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사장의 15억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제적 약자인 하수급업체들에 롯데건설이 납부했어야 할 세금까지 사실상 전가해 고통을 줬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또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을 최선으로 여기는 기업가에게 법을 위반하는 그릇된 관행으로 회귀할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조세포탈범행을 엄정하게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도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사장과 하 이사 등의 30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비자금 상당 부분은 실제로 회사의 이익을 위한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고, 11년간 조성된 비자금 전부를 불법적 용도로 처분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하 이사와 롯데건설의 25억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과정에 관여했다고 해서 법인세 포탈 범행에까지 가담한 공범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사장과 하 이사 등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하도급업체와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맺은 뒤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 302억원을 만들고, 이를 대형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의 횡령)를 받았다. 또 이 전 사장, 하 이사와 롯데건설 등은 부풀려진 공사금액을 경비에 포함해 신고하는 방식으로 각 법인세 15여억원과 25여억원을 포탈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도 받았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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