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변론을 맡았던 양돈업체 ‘도나도나’의 최아무개(70) 대표가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기존에 무죄로 판단된 유사수신행위 혐의에 대해 지난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는 16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대표에게 “양돈사업을 주도한 주범으로서 범행 내용과 수법,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할 때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아들 최아무개(43) 전무는 징역 5년을, 가담자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최 대표는 2009~2013년 새끼 돼지 20마리를 팔아 얻은 수익금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 10000여명에게서 240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대표가 챙긴 투자금 2400여억원을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유사수신행위는 은행법에 따른 허가 없이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말한다.
1·2심 법원은 최 대표가 실물거래를 빙자해 자금을 조달하진 않았다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최 대표가 회사돈 4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은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9월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최 대표가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벌였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실물거래의 외형을 갖췄지만, 투자자의 돈을 모아 다른 투자자에게 빼돌리는 식의 금전 거래에 불과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날 파기환송심 역시 “제반 사정과 법리 등에 비춰볼 때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마찬가지로 판단했다.
이날 법원 판단은 유사수신행위 부분과 별도로 진행된 최 대표의 투자 사기 사건을 병합한 결과다. 최 대표는 지난 2월 개인투자자들로부터 130여억원을 챙기고 금융기관에서 660여억원의 대출 사기를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처벌법의 사기)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최 대표는 또 2012~2014년 돼지 분양 사업에 투자하면 연 24%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피해자 수천 명으로부터 1650여억원을 챙긴 혐의(특경가법의 사기) 등으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2013년부터 최 대표 사건 수사 및 기소만 세 차례 이뤄진 것이다.
한편 최 대표는 과거 우병우 전 수석과 홍 변호사 등 잇따라 전관들에게 사건을 맡기며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2013년 7월부터 한달께 최 전 대표 변론을 맡았다. 법조 비리 혐의를 받는 홍 변호사는 검찰 퇴직 직후인 2011년 8월부터 2013년 초까지 이 사건을 맡은 바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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