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 또는 친권 상실 시 대부분 친족이 후견 맡아
아이와 동거 경험 없거나 양육 환경 부적합하면 방치 위험
변호사·사회복지사 등 제3자 후견인 객관적·전문적 관리 가능
전문성 높지만 충분한 돌봄 부족 한계…법원 후견감독 강화 필요
아이와 동거 경험 없거나 양육 환경 부적합하면 방치 위험
변호사·사회복지사 등 제3자 후견인 객관적·전문적 관리 가능
전문성 높지만 충분한 돌봄 부족 한계…법원 후견감독 강화 필요
ㄱ(10)군에게 2014년 겨울은 악몽이었다. 어머니가 아버지 손에 목숨을 잃었고,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아버지는 감옥에 갔다. 세살배기 동생과 남겨진 ㄱ군은 친조부모에게 맡겨졌지만 위생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됐고, 2년 넘게 정서불안 등에 시달렸다는 게 법원 조사 결과였다. 서울고법 가사3부(재판장 민유숙)는 결국 고민 끝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법원 회생 전력이 있지만 양육 의지가 확고하다고 판단된 ㄱ군 외삼촌을 후견인으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ㄱ군의 사례처럼 친족이 ‘돌봄’을 맡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2013년 7월 이른바 ‘최진실법’(친권 자동부활 금지제. 부모 중 한쪽의 친권행사가 불가능하면 다른 쪽이 자동으로 친권을 갖는 대신 법원 심사를 거쳐 친권자나 후견인이 지정되는 제도)이 시행되면서 부모가 아닌 친족이 후견을 맡는 사례가 늘었지만, 친족이 제대로 후견인 노릇을 못 하거나 아예 손길을 내미는 친족이 없는 사례도 많다. 최근 ‘최진실법’의 당사자이기도 한 고 최진실씨 딸(14)이 후견인인 외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미성년후견 제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법원은 친족이 없거나 친족의 양육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제3자에게 돌봄을 맡기고 있다. ㄷ(18)군과 동생 ㄹ(16)군 형제의 경우 아버지가 연락이 끊기고 재혼한 어머니가 친권행사를 거부하자, 법원이 지난 5월 직권으로 성년후견 전문변호사를 후견인으로 정했다. 해당 변호사는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관리하며 학업을 중단한 ㄹ군의 학업 복귀를 모색 중이다. 또 다른 ㅁ군의 경우엔 법원이 가정폭력 전력이 있는 50대 삼촌 대신 변호사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등 제3자 후견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에게 미성년자를 맡기는 제3자 후견은 가정폭력의 위험이 덜하고 비교적 공정하게 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가정법원 전현덕 조사관은 “친족 후견인 상당수가 고령인데다, 과거 피후견인과 동거한 경험이 없어 양육이 순탄치 않을 때도 있다”며 “제3자는 재산관리 등 측면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살릴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성년자가 동거하지 않는 제3자의 손에 맡겨지면 충분한 돌봄을 받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이 때문에 법원도 미성년자의 후견에 대해선 직접적인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6월부터 후견 미성년자를 연례적으로 방문하는 ‘신상 심층감독’을 도입했다. 또 지난 5월부터 법원 심리상담위원들이 후견가정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시작했는데, 미성년 후견가정도 이 상담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은 “부모의 자살 등 충격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은 심리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심리상담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후견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더 전문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규 변호사는 “미성년후견은 성년후견과 달리 법인후견이 불가능하고 후견인을 1명밖에 둘 수 없어 후견인의 권한 남용이나 방치를 감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친족이 후견인이 되면 복지법인 등을 후견감독인으로 선정하는 등 감독망을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선변호인처럼 미성년 전담 국선후견인을 둬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미성년후견 사건은 법원이 마지못해 친족을 선임하거나 성년후견 사건을 많이 맡는 변호사에게 무료로 사건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적인 인력풀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