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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승계작업에 묵시적 청탁”…승마지원엔 박-최 공모 인정

등록 2017-08-25 20:43수정 2017-08-25 22:12

<이재용 유죄…쟁점별 재판부 판단>
‘부정청탁-대가관계 인정’
박근혜, 적극적 구체적 지원 요구…이, 승계작업 도움 기대하며 돈 줘

‘정유라 승마지원은 박근혜 뇌물’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입증 필요 없어…최씨 지원한 73억은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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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무리한 ‘경영권 승계’ 추진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 차례의 단독면담에서 삼성의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승계작업의 도움을 기대하며 89억원의 뇌물을 줬다고 인정했다. 재벌의 부의 세습 ‘욕망’과 박 전 대통령의 ‘사익’이 만난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였다.

■ 이재용 승계작업은 부정한 청탁 이 부회장의 핵심적인 혐의인 뇌물공여가 인정되려면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25일 “개별 현안에 대해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인 청탁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승계작업에 관해 대통령에게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라는 목적 아래 이루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으로 정의했다.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시한 경영권 승계 현안 중 △삼성에스디에스(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런 삼성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던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15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15일 세 차례 단독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씨의 승마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고 재판부는 인정했다. 이 부회장 등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최씨와 공모에 따른 정유라 개인 지원이고, 영재센터도 정상적인 비영리·공익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대가관계라고 판단했다.

■ 정유라 승마지원 = 박근혜 뇌물 법원이 인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 상당 부분은 이른바 ‘승마지원’과 관련된 것이었다. 재판 과정에서도 삼성이 최순실씨가 지배하는 회사에 주기로 한 213억원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볼 수 있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213억원을 주기로 한 ‘약속’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삼성이 최씨 쪽에 실제로 준 78억원 중 차량 구매에 쓴 5억원을 제외한 73억원은 뇌물로 인정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대통령은 최씨와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맺어왔고, 취임 이후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최씨의 관여를 수긍하고 의견을 반영했다”며 “이 부회장과 단독면담에서도 승마지원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지원이 미흡한 경우 질책하고 지원 뒤에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승마지원금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한 푼도 가지 않았다’며 뇌물이 아니라는 삼성 쪽 주장은 배척됐다. 이번 사건처럼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으로 인정되면, 뇌물이 최씨를 통해 대통령에게 건네졌다거나 둘 사이의 경제공동체 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 쪽이 “2016년 8월께 언론 보도를 통해 최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한 것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014년 12월 내지 2015년 1월 무렵에는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정유라씨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았고, 2015년 3월 내지 6월에는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사실은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 요구이며 그 배후에 최씨가 있었음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2015년 7월 말 이후에는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이 실질적으로 최씨 지원이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공여와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짚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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