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군대가 몰려왔다. 레닌그라드 시민은 시가전을 치를 각오였다. 그런데 히틀러는 도시를 차지할 생각이 없었다. 에워싸고 폭탄을 퍼부었다. 도시를 망가뜨리고 수백만 시민을 굶겨 죽일 작정이었다. 이때 쇼스타코비치는 레닌그라드에 있었다. 일곱번째 교향곡을 쓰던 참이었다.
대공습이 시작된 날은 1941년 9월8일. 식량창고가 불탔다. 겨울이 오고 사람들은 굶주렸다. 추위로 라도가 호수가 얼어붙자 쇼스타코비치는 아들딸과 함께 도시를 빠져나가 작곡을 마쳤다.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포위당한 레닌그라드는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1942년 8월9일에 이 곡을 연주했다. 웅장한 교향곡이 폐허가 된 도시에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자긍심을 북돋우고 독일군의 사기를 꺾었다고 전한다.
소련이 자랑한 음악가 쇼스타코비치, 정작 소련 정부와는 껄끄러운 사이였다. 나라님의 비위를 거슬러 숙청당할 위기도 여러 번. 이제 그 나라님들은 죽고 소련도 무너졌다. 레닌그라드는 도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됐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여전히 힘이 넘친다.(그의 삶과 음악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지면이 없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을 추천하며 갈음하련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