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여년 동안 많게는 150조원에 이르는 돈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썼지만, 육아수당·육아휴직급여·보육서비스 등 ‘가족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최신호에 실린 ‘오이시디 국가 합계출산율 트렌드 분석을 통한 정책적 함의 도출’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정부의 ‘가족 지출’은 오랫동안 오이시디 최하위였다. 1995∼2012년 한국 정부는 한 해 평균 국내총생산의 0.32%를 가족 관련 분야에 썼지만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뒤에서 두번째, 세번째로 가족 지출이 적었던 미국(0.71%), 멕시코(0.7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족 지출은 육아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급여와, 보육이나 가사서비스 같은 현물서비스를 합친 것으로, 한 나라가 저출산·양육 문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는지를 보여준다. 2013년 기준 가족 지출 상위국은 영국(3.80%), 덴마크(3.66%), 스웨덴(3.64%), 아이슬란드(3.63%), 아일랜드(3.29%), 핀란드(3.21%), 노르웨이(3.02%) 등이다. 한국은 보육서비스 지출이 오이시디 평균 수준이었지만, 아동에 대한 현금지출은 오이시디 평균의 6분의 1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사상 최저인 1.08명으로 떨어진 2005년부터 2012년까지를 봐도, 한국은 0.57%로 최하위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0.71%, 스웨덴은 3.36%였다. 2013년에야 한국은 처음으로 1%를 넘은 1.13%를 기록해 오이시디 35개국 중 32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오이시디 평균인 2.14%에 한참 못 미쳤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아연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출산율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가족 지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노력만이 개인의 출산 의지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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