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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증명할 수 있어?” 보호받지 못하는 직장 내 성폭력 고소인

등록 2017-09-30 05:00수정 2017-09-30 13:04

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ㄱ씨는 1년여 전 ‘대기발령’을 받았다. 회사 상사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으나 불기소된 뒤부터다.

ㄱ씨는 2015년 상사 ㄴ씨를 준강제추행, 준강간, 준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ㄴ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불기소 결정이 나자 은행은 ㄱ씨를 대기발령 조처했다. 대신 1년 동안 대기발령 상태에 있던 ㄴ씨는 원래 직책으로 복귀시켰다. 인사 담당자는 이런 조처에 대해 ‘둘 다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ㄱ씨에게 말했다. ㄴ씨도 잘못했지만, ‘죄도 안 되는 걸로 상사를 고소한’ ㄱ씨도 잘못했다는 뜻이었다. ‘ㄱ씨에게 무고 혐의는 없다’고 밝힌 검찰 판단도 소용없었다.

대기발령 이후 ㄱ씨는 1년째 출근한 뒤 의자에 앉아 하릴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은행 쪽은 <한겨레>에 “상대방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니 ㄱ씨가 ‘근무기강 저해 및 업무지장’을 초래한 셈이다. 그래서 대기발령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했다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2014년 한 출판사에선 수습 노동자 ㄷ씨가 정규직 여부가 결정되는 최종 면담 술자리 뒤 모텔에서 회사 상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소하지 않자 회사는 상무를 복직시켰다. 출판사의 다른 직원은 ㄷ씨에게 이렇게 다그쳤다고 한다. “너 증명할 수 있어?”

둘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 특성상 성폭력 혐의는 기소율이 높지 않다. 2016년 법무연수원이 펴낸 <범죄백서>를 보면, 성폭력은 강력범죄 중 불기소 비율이 51.6%로 가장 높았다. 특히 준강간은 피해자가 ‘항거불능’이어야 성립되는 탓에 더더욱 기소가 힘들다. 김지현 고양성폭력상담소장은 “불기소 처분은 ‘기소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지 ‘범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닌 만큼, 회사가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가 시작되자 은행은 ㄱ씨 대기발령을 풀고 10월께 현장 지점에 발령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한솔 임재우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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