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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돈벌이만 하는 일은 싫어 우린 놀면서 일해요 하하”

등록 2017-10-01 18:18수정 2017-10-03 09:02

【짬】 ‘공장공장' 공동대표 박명호 홍동우씨

‘공장공장'의 공동대표 홍동우(왼쪽), 박명호(오른쪽)씨는 ‘놀면서 일하자’고 외친다. 가운데는 ‘공장공장’ 동료인 김용호씨.
‘공장공장'의 공동대표 홍동우(왼쪽), 박명호(오른쪽)씨는 ‘놀면서 일하자’고 외친다. 가운데는 ‘공장공장’ 동료인 김용호씨.

사상 최장 황금연휴에 사상 최대 인파가 나라 밖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 역발상으로, 나라 안으로, 그것도 유명 관광지가 전혀 아닌, 오래된 도시의 낡은 구도심에서 같이 ‘널브러져 놀자'는 이들이 있다. 주머니가 가볍고 온전히 연휴를 즐기기 어려운 젊은이들로 벌써부터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아 좋다!-목포 낮술기행'. 엽기발랄한 여행 프로그램을 시도중인 ‘공장공장'의 공동대표 홍동우(32)·박명호(31)씨를 지난 24일 현지에서 만났다.

일제강점기 수탈기지로, 한때는 항구도시 특유의 흥청거림이 넘쳤던 전남 목포시. 아직도 곳곳에 100년 전 근대 문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전의 뒷골목에서 샛노란색 3층 건물이 확 눈에 띈다. 우진장 여관이란 옛 간판도 그대로 걸려 있다.

공동대표인 두 친구는 일찍부터 남다르게 놀던 ‘소문난 한량'이었다. 홍씨는 대학생 시절 서울 전지역 스쿠터 쉐어링 사업을 했다. 박씨는 대학 신문사 편집장을 거쳐 대기업 계열사의 홍보팀에서 일하던 때에 나홀로 여행을 하려고 스쿠터를 빌리러 갔다.

“제가 그 스쿠터 대여업체의 첫번째 고객이었어요.” 그로부터 6년 뒤 두 친구의 인연은 ‘놀면서 일하는 한량 사업가'로 발전했다. 2011년 첫 만남 뒤 두 친구는 각자 열심히 노는 방법을 찾았다. “이듬해 회사를 그만두고 10년 된 중고차를 구해 1년간 이동식 헌책 노점상으로 전국일주 여행을 다녔어요. 보던 책 600여권을 싣고 다니며 팔았죠.” 그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이자 정착지로 제주도를 정한 박씨는 ‘구사일생'의 경험을 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예약했었는데 친구 결혼식에 들러야 해 바로 전날 취소했죠.”

제주행을 포기한 박씨는 몇 달 뒤 전국일주ㅗ 여행 때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 전시를 열었다.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듣고 명호씨의 전시를 보러 갔어요. 3년 만의 반가운 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죠.” 두 사람은 그때 전국일주 자율여행 전문업체인 익스퍼루트를 함께 운영했다. 박씨는 잠시 독자적으로 ‘여행대학' 등을 꾸리기도 했다. 2년 남짓 따로 또 같이 바쁘게 살던 두 친구는 지난해말 온전히 재결합했다. “둘 다 휴가도 없는 경쟁 생활 속에 몹시 지쳐 무기력한 상태였어요. 돈벌이로만 하는 일은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누구나 꿈꾸는 삶에 도전해보기로 의기투합했죠.”

6년 전 스쿠터 빌리며 인연
전국일주 여행사도 함께 운영
올초 제주서 연 ‘한량유치원’ 대박

추석 연휴때 ‘구도심서 같이 놀자’
‘아 좋다!-목포 낮술기행' 기획
“목포 구도심 낭만으로 채울터”

이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 문구는 바로 ‘놀면서 일하자!'다. 노을, 별, 모닥불…. 또래 친구들이 열망하는 휴식의 상징을 가장 잘 보여줄 곳으로 우선 제주도를 점찍었다. “600여곳을 둘러보러 다니던 중에 제주 1호 게스트하우스를 주인이 바뀌는 틈새 기간 동안 빌릴 수 있었어요.”

올 1월초부터 49일간 운영한 ‘한량유치원'은 기대 이상의 호응과 화제 속에 대박이 났다.

“우리처럼 아프고 지친 청춘들에게 ‘잠시 쉬어도 좋다, 널브러져 잘 노는 것도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량이란 이름을 찾았어요.”(홍동우)

“내내 먹고 마시고 함께 놀기만 했는데 각자 500여만원씩 수익이 남았어요. 무려 600여명이 함께 놀았더라구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었죠.”(박명호)

지난 2월에는 서울에서 한량유치원 첫 동문회도 열었다. 30여명 동문 중에는 섬연구소 소장인 강제윤 시인도 있었다.

“우진장 공간을 무상제공할 테니 맘껏 청춘의 꿈을 펼치고 목포 원도심도 활성화시키도록 함께 재미나게 놀아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원조 한량인 강 시인까지,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놀자 프로그램이 바로 ‘목포 낮술기행'인 셈이다. 9일까지 연휴 기간만 한시적으로 진행한다.

‘다도해의 노을과 야경과 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서 개별 우송해주는 1단계 놀고, 여름 민어를 비롯해 10여가지 제철 수산물로 남도정식을 차려내는 먹고, 건물 옥상에서 오후부터 한밤까지 제공하는 술과 음악회를 즐기며 쉬고’. 1박2일이 기본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우진장을 배경으로 ‘목포 낮술기행’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우진장을 배경으로 ‘목포 낮술기행’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같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놀이가 무한해요. 빈 여백을 함께 채워가며 놀자는 뜻에서 공장공장으로 이름지었어요.”

이들은 여백을 채워 한량 마을을 이룸으로써 목포 원도심 전체를 재생시키겠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 여백을 채울 주제는 바로 낭만입니다.” 우진장에 상주할 계획인 둘은 주소도 목포로 옮겼다. (https://emptypublic.imweb.me/life-is-noodle)

목포/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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