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을 둔 결혼 7년차 최선윤(34)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괌으로 여행을 떠난다. 최씨는 이번 여행을 위해 지난 1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시댁엔 최근 여행 계획을 이야기했다. 최씨는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고, 명절이라고 해서 가족이 다 모이는 분위기가 아니라 부담이 덜하다”며 “회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지친 면이 있었는데, 긴 연휴라 큰맘 먹고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최장 10일 간의 ‘황금연휴’가 되면서 명절 풍경이 바뀌고 있다. 긴 연휴를 이용해 고향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향에서 집으로 곧바로 돌아오지 않고 인근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귀가하는 ‘디(D)턴족’도 눈에 띈다. 도심 속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하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 여름 휴가보다 긴 연휴, 해외로
결혼 8년 차 직장인 안경진(36)씨는 추석 연휴에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유럽 여행을 떠난다. 안씨는 9월 중순께 시댁을 방문해 여행 계획을 발표했다. 우려와 달리, 안씨의 시아버지는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안씨는 명절에 여행을 떠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양가 부모님의 용돈을 챙기고, 고향 집 인근의 국내여행도 제안했다.
안씨는 “직장 생활하면서 오래 휴가를 낼 수가 없는데, 모처럼 긴 휴가라 계획도 일찍부터 세웠다”면서 “명절에 대한 부모님들의 인식과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 같고, 배려해준 덕분에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통계로 본 10년간 추석의 경제·사회상 변화’ 보고서를 보면, 추석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비중은 지난 10년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추석 기간 중 해외여행을 나간 비중은 2006년에는 전체의 1.2%였지만 2016년에는 3.1%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추석 연휴 기간 195만명의 여행객이 공항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10% 늘어난 수준이다.
■ 고향집 들렀다 여행지 찍고 ‘디(D)턴족’
해외 대신, 고향집 인근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인천에 사는 김영배(46)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집이 있는 전남 여수시에 갔다가 곧바로 돌아오지 않고 경남 통영시를 여행할 생각이다. 김씨는 “올 추석처럼 길게 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부모님 댁에 들러 차례만 지내고 통영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이주현(50)씨도 고향인 전북 전주시에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발길 닿는 지역을 둘러보고 천천히 돌아올 계획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트렌드 연구소에서 발표한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10월 황금연휴 소비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40대 중장년층은 한국 고유의 정서상 고향이나 친지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여행보다 국내에 남는 것을 선호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도 40대 5명 중 1명(21.1%)은 친지 방문 전후에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트렌드 연구소는 “이번 추석 연휴는 지난해보다 연휴 일수가 2배 많고, 추석 당일이 연휴 중간에 있는 게 특징”이라며 “추석 당일을 전후로 나머지 연휴 기간 동안 근교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들은 ‘몰링’(malling.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소비 형태)이나, 시내에서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를 즐길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 연구소는 “특별히 여행을 떠나지 않았던 소비자들 외에도 국내외 여행을 마치고 온 이들이 가족과 함께 휴식을 겸한 여가활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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