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긴 연휴에도 책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온라인 서점 알라딘쪽 설명을 들어보면, 이시구로의 수상소식이 전해진 5일 오후 8시께부터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이시구로의 책 855권이 판매됐다. 지난 9월 이시구로의 책 판매량이 17권 가량이었던 데 반해, 수상 발표 직후 15시간 30분 만에 판매량이 52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2009년 11월 번역 출간된 <나를 보내지마>와 2010년 9월 번역 출간된 <남아 있는 나날>이다. 두 작품은 각각 263권, 245권 판매됐고, 알라딘 일간 베스트셀러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이어 <녹턴>,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파묻힌 거인>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알라딘은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리크 모디아노가 수상 직후 하루 동안 700여권,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의 경우 300여권 판매됐던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라고 소개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연휴에는 상대적으로 도서 구매량이 적은데도 수상 작가의 해당 저서들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면서 “가즈오 이시구로가 국내에 번역된 뒤,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아온 작가라 이후에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앞서 5일 스웨덴 한림원은 이시구로가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시구로는 영어권에서 유명한 작가다. 1989년 발표한 장편 소설 <남아있는 나날>은 영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을 받았고, 1993년 앤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남아있는 나날>은 영국 귀족의 장원에서 집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남자 스티븐스가 새로운 주인의 호의로 엿새간 여행을 떠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스티븐스의 시선을 통해 근대와 현대가 교차되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과 인생의 황혼이 그려지는 작품이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책 이미지 온라인 서점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