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0월30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용연공단 내 스티로폼 생산업체 ㈜남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에 탄 건물이 주저앉아 있다. 연합뉴스
소방청이 언론 홍보 건수 등을 토대로 일선 소방서를 줄세우기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소방관들은 “평가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소방청이 전국 17개 시도 소방본부를 거쳐 각 소방서로 내려보내는 내부 평가 문서인 ‘2017년 소방서 성과평가’ 매뉴얼을 <한겨레>가 10일 확인한 결과, 관할 사건이 언론에 얼마나 보도되느냐에 따라 소방서에 점수를 차등 배분하고 있었다. 기사 70건 이상에 관할 사건이 노출되면 1.0점, 60건 이상이면 0.7점의 가점을 주는 식이다. ‘텍스트 형식의 단순 사건·사고 보도사항은 불인정한다’는 단서도 달려 있다.
올해 들어 ‘신매체 홍보실적’도 신설됐다. 개별 소방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해야 하고, 이 페이지를 통해 관할 사건 관련 게시글을 전파해야 하는데, △도달 범위 700명 이상 △트위터에서 5번 이상 리트윗(RT) 등의 기준을 채운 게시글이 3개 이상이면 1점을 준다. 일선 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점수를 채워야하다보니 소방서가 해야 할 소방 관련 업무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점수 채우기용 ‘홍보를 위한 홍보’를 의무적으로 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구조활동 강화’를 측정하는 방법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구조인원이 같거나 증가하면 1점, 구조인원이 3% 이내 감소하면 0.5점, 3% 초과 감소면 0점을 주는 식이다. 한 소방관은 “사고 현장마다 상황이 다른데, 현장 상황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구조인원이 몇 명인지를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소방관은 “성과평가가 안 좋게 나오면, 회의 때마다 성과를 올리라고 닥달을 해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관할 소방서의 평가 점수가 낮으면, 시·도 소방본부도 곤란해져서 현장 소방관들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다. 긴급 상황에 출동해야 하는 현장 대원들에게까지 필요 없는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고 토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각 소방서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지표를 만든 것이다. 점수가 낮다고 개별 소방서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수진 신민정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