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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특검-삼성 ‘2라운드 격돌’…이재용 운명 가를 쟁점은?

등록 2017-10-11 14:51수정 2017-10-12 00:52

[이재용 항소심 예상 쟁점 총정리]

1심 인정한 박근혜·최순실 ‘공모’
특검팀 “영재센터 유죄·재단 무죄 납득 못해”
삼성은 박원오·김종 진술 흔들기 전략 펼듯

뇌물·부정청탁 대상 ‘삼성 경영승계’
삼성 “승계작업 없다” 특검 “개별현안도 청탁”
특검팀 ‘재단 출연 무죄’ 1심 깨는데 공들일듯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규정했다. ‘공소사실은 가공의 틀’이란 삼성 쪽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삼성의 방어는 총수가 처단형(최대 징역 45년) 중 가장 낮은 형을 선고받는 수준에서 일단락됐다. ‘2라운드’인 항소심 전략은 달라질까. 12일 항소심 첫 공판을 시작으로 두 달만에 다시 격돌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쪽 법리 공방의 관전 포인트를 톺아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공모’ 여부 첫관문

삼성 쪽은 ‘뇌물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몇가지 핵심 전제를 뒤집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순실(61)씨가 공모했다는 1심 판단이 첫 관문이다. 1심 재판부는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 등 명목으로 최씨가 삼성에서 받은 73여억원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같다고 봤다. 뇌물죄는 받는 사람이 공무원일 때 성립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가 입증된 이상 최씨가 받은 돈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삼성 쪽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공모관계를 흔들거나, “이 부회장은 두 사람 관계를 잘 몰랐다”며 공모에 대한 인식이 없었단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심이 인정한 공모 근거를 뒤흔들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정씨 이름을 언급하며 지원을 지시했다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증언과 △승마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는 이 부회장 진술 △단독면담 직후 승마 관련 박 전 대통령 지시사항을 기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등을 증거로 받아들였다. 양쪽은 12일 첫 공판부터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승계작업 없다” vs “개별현안도 청탁”

1심이 뇌물의 대가이자 부정청탁의 대상으로 인정한 ‘승계작업’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220여억원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16여억원 지원 등에 적용된 제3자뇌물죄가 인정되기 위해선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입증돼야 한다. 1심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3차례 단독면담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이란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부정청탁을 했고,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충분히 인지했다고 봤다. 반면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성됐기 때문에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고, 대가나 부정청탁이라고 할 만한 반대급부가 없었다는 주장을 유지해왔다.

특검팀은 개별현안에 대한 청탁까지 있었다고 주장하며 부정청탁 인정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단독면담 때 논의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처분해야 할 주식 최소화 등 개별현안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명시적·묵시적 청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특검팀의 주장이다. 이 주장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1심 판단대로라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합병 성사를 위해 압력을 넣은 이유나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고법의 한 판사는 “청탁의 부정성을 깨려면 긴급현안이 없었다는 걸 입증하는 등 돈과 청탁이 무관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승계작업의 ‘손때’가 곳곳에 묻은 상황이라 방어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 “영재센터 유죄·재단 무죄 납득 못해”

삼성과 달리 특검팀은 항소심에서 ‘재단 출연 무죄’라는 1심 판단을 깨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재판부는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혐의 중 영재센터 지원은 유죄로 보면서도 미르 등 재단 출연금은 무죄라고 봤다. 재단 출연이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고 출연금 액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해줬으며, 다른 기업들 역시 출연했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1심이 두 사안에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있어 특검팀이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은 2015년 3월 내지 6월에는 승마지원 배후에 최씨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최씨를 인식한 시점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시기보다 앞선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단 출연 시기(2015년 11월, 2016년 2월)가 영재센터 지원 시기(2015년 10월, 2016년 2월)와 겹치는 데다 재판부 스스로 “3차례 단독면담 때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이란 현안을 인식하며 재단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씨를 알고 있던 삼성이 재단 출연과 영재센터 지원을 분리해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 특검팀의 공략 포인트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1심에서 절반만 유죄가 나온 재산국외도피 관련해서도 전부 유죄를 노리겠단 계획이다. 1심 재판부는 삼성에서 최씨 쪽에 건넨 말 구입비용 42억원을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비인 것처럼 꾸며 허위 예금거래신고서를 제출한 혐의를 무죄로 봤다. 신고서를 작성한 2015년 9월엔 최씨에게 말을 사줄 의사가 없었단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특검팀 입장에선 재산국외도피죄가 형량과 큰 관련이 있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범죄 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법정 하한형이 10년인데, 기소금액(79억원)의 일부인 37억원만 인정되면서 하한선이 5년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월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출석,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월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출석,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 박원오·김종 진술 흔들기 전략 펼 듯

지난 여름, 툭하면 자정을 넘겨 진행되곤 했던 1심 재판의 풍경은 더는 되풀이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공판준비절차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야간개정도 없고, 법리 다툼에 집중하겠다”며 신속한 재판을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구인장 발부 없이 증인 채택을 취소해 소모적 시간 끌기도 방지하겠단 계획이다.

1심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 얼굴이 증인으로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유라씨 승마 코치이자 말 중개상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는 최씨와 말 교환계약을 맺으며 자금 세탁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국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가 법정에 서서 삼성에 유리한 증언을 내놓으면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삼성 쪽으로선 유죄 판결의 근거를 제공한 핵심 증언과 증거를 뒤흔드는 게 시급하다. 삼성과 최씨 사이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나 박 전 대통령의 정씨 지원 지시를 증언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증인신문을 밀어붙이는 이유다. 박 전 전무는 지난달 29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브이아이피(VIP)가 (정씨에게) 말을 사주라고 했다.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새로운 증언을 내놨다. 재판부는 28일 재판에선 두 사람의 증인 채택을 보류했지만, 박씨 증언이 담긴 공판기록이 참고자료로 제출될 수 있다.

정면승부냐 읍소냐…삼성 전략에 촉각

삼성 쪽이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정면승부 전략을 견지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1심서 ‘박 전 대통령 강요에 의한 피해자’ 전략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는 혐의를 인정한 셈이 돼 버렸다. 통상적으로 상하관계에서 이뤄지는 뇌물죄 특성상 돈을 건네는 쪽에서 부담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법조계에선 삼성 쪽의 ‘피해자 전략’이 “요구받은 대로 돈을 줬다”며 뇌물 공여 혐의를 인정한 모양새란 분석이 나왔다.

1심 재판 말미엔 이 부회장을 지시·보고 체계에서 분리하는 총수 비호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정씨 승마 지원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포괄적 지시를 한 것이 인정된다”고 했다. 대통령이 수차례 승마 지원을 언급했고, 이 부회장이 대책 회의까지 챙기면서도 정씨 존재를 몰랐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1심이 법정 최저형을 선고한 것을 이용해 집행유예를 노릴 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 뇌물 요구에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법률상 처단형(징역 5~45년) 중 가장 낮은 징역 5년을 택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작량감경(재판부 재량에 따른 형 감경)하면 최대 징역 2년6개월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징역 3년형 이하에서 가능한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도 있는 형이다. 삼성 쪽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선처를 호소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이 부회장은 석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이 처음부터 ‘읍소 및 선처호소’ 전략을 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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