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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비원 감축 안돼”…아파트 870세대에 일일이 호소문 돌린 주민

등록 2017-10-12 12:22수정 2017-10-12 14:52

경기 고양시 ‘후곡마을’ 아파트 감원 의견 묻자
엄씨, 호소문 900장 만들어 우편함에 꽂아넣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에 사는 주민 엄미경씨가 11일 밤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들고 870여 세대의 아파트 우편함에 일일이 넣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에 사는 주민 엄미경씨가 11일 밤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들고 870여 세대의 아파트 우편함에 일일이 넣었다.
“우리 마을은 ‘함께 사는 공동체 아파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에 사는 주민 엄미경씨는 11일 밤 경비원 감축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 900여장을 들고 남편과 집을 나섰다. 엄씨는 870세대의 우편함에 일일이 호소문을 넣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다 만난 이웃들에겐 직접 호소문을 전하기도 했다.

엄씨가 이런 호소문을 작성하게 된 건, 지난 10일 퇴근길에 ‘아파트 경비원 감축에 대한 입주민 의견 수렴’ 안내글과 투표용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엄씨가 받은 안내글엔 “올 1월부터 최저임금이 16.4%(시급 7530원) 인상돼 경비비 부담과 배관공사 대비를 위한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에 대한 민원이 있다”면서 “관리비 절감을 위한 ‘경비원 인원 감축’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니, 의견을 표해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아파트엔 현재 24명의 경비원이 일하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최소인력 13명만 남고 11명이 해고될 수 있다.

엄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경비원 감축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면서 “집집마다 경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 많은 사람이 여전히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어려운데 같이 해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호소문을 작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미경씨가 작성한 호소문.
엄미경씨가 작성한 호소문.
그는 호소문에서 “일산엔 수많은 아파트 마을이 있는데,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원 감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더불어 함께 사는 후곡마을을 선택한다면 수많은 아파트 마을에서도 긍정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마을에 꼭 필요한 경비원 노동자! 언제나 함께 생활해 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엄씨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우리 아파트에 택배와 민원, 청소 등 경비원분들께서 늘 함께해왔고 도움을 주셨다”고 밝혔다. 또 “보안과 제설, 야간 순찰 등 아파트 마을엔 경비원이 꼭 필요하다”면서 “당장은 월 2~3만원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남은 경비원분들의 연장근무 수당이나 추가 관리비용, 관리 허술로 인한 노후한 아파트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주민 이종석씨 제공.
주민 이종석씨 제공.
앞서 지난 3월엔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대량해고’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며 반대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아파트에 사는 한 고등학생은 “밤늦게 학원에서 돌아올 때 경비아저씨를 보며 안도했다. 이런 일이 우리 아파트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대자보 붙이기 대열에 합류했다. 주민들은 대자보 여백에 손글씨로 ‘동의합니다’라고 적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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