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이 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아스팔트에 쓰려지며 머리를 다쳐 숨진 고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살수차 운전 경찰관들이 유족에 사과하려 했지만 경찰청이 이를 제지했다는 의혹(<한겨레> 9월28일치 8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경찰은 백씨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청장은 지난 11일 경찰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경찰청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으며 진행 과정에서 경찰청이 청구인낙을 제지한 것처럼 오인할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국가 청구인낙’도 추진한다. 청구인낙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정하며 승낙한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밝히는 행위를 뜻한다. 백씨 유족은 지난해 3월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한아무개·최아무개 경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 상대 소송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이번 사안에 실제 관련된 국가기관은 경찰청이므로 법무부와 적극 협의해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향후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시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한 조처 절차를 매뉴얼로 만들어 시행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는 이런 내용의 대책안을 수용하고 후속조처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청구인낙 논란은 경찰청이 청장 사과 이후 제대로 된 후속조처를 이행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절제된 공권력 행사 필요성과 경찰개혁의 의미·방향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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