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섭 법무·검찰개혁위원장(왼쪽 셋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공수처 신설' 관련 권고안을 발표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위원회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와 검찰 비리를 엄벌해야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담은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 및 공수처 법안에 포함되어야 할 주요 내용에 대해 권고했다. 김진 위원, 이윤제 위원, 한 위원장, 정한중 위원, 임수빈 위원(왼쪽부터)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무부 장관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세부 권고안을 전달했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애초 권고안보다 크게 후퇴한 법무부의 정부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법무·검찰개혁위의 한인섭 위원장과 분과위원장 등 일부 위원들은 16일 저녁 외부에서 긴급모임을 열어 전날 법무부가 내놓은 공수처 안에 대해 논의했다. 공식 회의 자리는 아니지만, 한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위원들이 법무부 안이 개혁위 권고안보다 후퇴한 데 대해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개혁위 안은 검사·수사관을 합쳐 수사 인력을 최대 120명까지 두도록 권고했지만, 법무부는 처·차장 등 수사 인력을 55명(검사 25명)까지 두도록 해 ‘반토막 공수처’ 논란이 일었다. 또 정부안은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 범위에 중앙행정기관 등의 ‘정무직공무원’만 남기고, 금융감독원과 군 장성 등은 제외했다.
특히 검사와 관련된 수사 범위를 축소한 것을 두고 일부 위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위는 검사와 관련된 모든 범죄를 수사 범위에 포함했지만, 정부안은 검사도 다른 공직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직무 범죄 등 ‘특정범죄’만 수사 대상이 되도록 했다. 개혁위 소속 한 위원은 “국민 뜻 반영해서 권고안을 만들었는데 정부안이 너무 후퇴하면서 법무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 검사들이 공수처 관련해서 나서지 못하도록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위원은 “개혁위는 권고하는 것이지 법무부 안까지 관여하는 게 맞느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현실적인 안’을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령 검사가 음주운전을 한 것까지 공수처에서 수사할 일은 아니라고 봤다. 야당까지 만족할 만한 현실적인 안을 내야 하는 게 법무부의 현실”이라며 “개혁위 권고안보다 강도가 낮아졌지만, 국회의원 안 가운데 가장 센 박범계 의원 안보다 더 수위가 높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안에 대해 ‘반토막 공수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안이 개혁위 권고안보다 많이 후퇴했는데 법무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를 설치하겠다는 법무부 입장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며 “합리적인 수사 규모로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수사검사 25명으로 고위공직자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까지 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개혁위 안은 호랑이 안이었는데 반토막이 나서 고양이 안이 됐다”고 꼬집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안과 달리 현직 검사가 그만두고 바로 공수처로 가게 돼 있는데,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은 “검사 채용 과정에서 그런 내용이 감안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서영지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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