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8일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을 포함해 국가정보원 전직 고위 간부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조사하는 수사팀 인원을 대폭 늘려 사실상 과거 ‘특별수사본부’ 규모의 진용을 꾸리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이날 “추 전 국장과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 등 국장급 간부 3명에 대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 전 국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국정원 불법행위에 깊숙하게 개입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추씨는 이명박 정부 때 국익전략실 팀장으로 재직하며 신 전 실장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 등을 작성하는 등 야당 정치인들을 사찰하고 비판하는 전략을 세웠으며,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의 방송 하차 또는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익정보국장으로 승진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적 행태를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도 ‘이식한’ 핵심 인물인 셈이다. 지난 16일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추 전 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의혹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 권고한 바 있어, 앞으로 추 전 국장의 범죄혐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실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이듬해 총선과 대선에서 당시 여권이 승리하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기획업무를 했으며,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국정원 예산으로 사용하는 등 국고를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민병주(구속수감) 전 심리전단장의 전임자인 유 전 단장은 온라인에 정치 관련 글을 게시하고, 보수단체를 동원해 관제시위·시국광고 등 오프라인 활동을 벌였으며, 관련 비용으로 국정원 예산 10억여원을 지급한 혐의(국고손실) 등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국정원 수사팀’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두 정부 때 벌어진 국정원 관련 불법행위 사건이 너무 많아 수사팀을 증원해 신속하게 이를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다른 검찰청에서 8명의 검사를 추가로 파견받아 기존 수사팀에 더해 25명 안팎의 검사가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30여명이 참여한 1년 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에 육박하는 규모다. 팀장은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맡기로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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