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오는 16일 만기되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의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재판부 불신’ 등을 내세워 법정 공방 대신 ‘정치 투쟁’을 선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일 열린 재판에 나오지 않으며 옥중 버티기에 돌입했다. 법원은 총사퇴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을 대신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피고인 박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재판부에 건강 등의 사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모두 사임했고 피고인이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아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죄는 인정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어, 규정상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변호인 없이는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 7명은 지난 16일 박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사임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불이익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신속한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며 재고를 요청했으나, 변호인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에 따른 재판 지연도 현실화됐다. 재판부는 “수사·공판 기록을 복사하고 사건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새로 선임되는 국선변호인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새로운 공판 기일을 지정하겠다”며 다음 재판 일정을 잡지 않았다.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면담을 거절하는 등 변론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박 전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지만, 공동 피고인인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은 분리돼 진행됐다. 최씨는 이날 재판에서 “구속되어 한 평 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약으로 버티는데, 고문이 있었다면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 송환 직후 사망한 대학생) 웜비어 같은 상태가 됐을 것”이라며 “오늘도 떨리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재판부가) 공정 심판하게 검찰에 말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 쪽 이경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재판 방침과 같이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변론하기로 변호인들이 의견을 모았다. 재판장님의 성실함, 인내심, 균형 잡힌 소송지휘, 평판을 믿기로 했다”며 박 전 대통령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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