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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현병 어머니 생계는 어쩌나…‘취약계층 청년’ 울리는 병역

등록 2017-10-20 13:00수정 2017-10-20 15:50

생계유지곤란자 병역감면 처리규정 ‘허점’
‘생계유지곤란’ 입영 대상자 심사할 때
남은 가족 생계 곤란 가능성은 고려 안 해
김종대 의원 “법·제도 개선 필요”
2017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병역판정을 받고 있다. 2017.1.23 superdoo82@yna.co.kr/2017-01-23 연합뉴스
2017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병역판정을 받고 있다. 2017.1.23 superdoo82@yna.co.kr/2017-01-23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에 사는 대학생 ㄱ씨(23)씨는 얼마 전 병무청에 들렀다. ‘생계유지 곤란자 병역감면'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상담하기 위해서다. ㄱ씨는 어머니와 고등학생 동생과 함께 살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9년 전 이혼한 아버지는 가족과 별거 중이고 어머니는 조현병을 앓고 있어 일을 할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ㄱ씨가 입대하면 가족의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 ‘병역감면’이 절실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ㄱ씨에게 “병역감면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ㄱ씨가 아버지와 아버지 지인 등에게 비정기적으로 1200만원의 정도의 학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받은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아버지가 남은 가족의 생활비는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설명도 소용이 없었다. ㄱ씨는 “아버지는 학비만 비정기적으로 보내줬을 뿐, 생활비를 보태준 적 없고 보태줄 수 있는 상황도 못 된다. 생활비도 걱정이지만, 제가 입대하면 동생이 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데 미성년자인 동생이 어머니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이 입영 대상자의 병역을 심사할 때 입영 대상자가 다른 가족에게 받은 생계지원만 확인할 뿐 남은 가족의 생계 곤란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유지곤란자 병역감면 처리규정'을 살펴보면, 입영 대상자를 심사할 때 대상자가 다른 가족에게 받은 생계지원을 확인하도록 돼 있을 뿐 남은 가족의 생계에 관해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생계를 따로 하는 가족의 기준’(제13조2항)을 살펴보면, 부모가 이혼해 생계·세대가 분리된 경우 부모가 ‘병역의무자의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산이나 수입이 있는지’, ‘사실상 생계에 도움을 주는지’ 여부 등만 확인하게 돼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ㄱ씨의 경우, 생활비에 학비와 기숙사비까지 포함된다 보기 어려우나 병무청은 단순 지원 사실에만 주목했다. 아버지가 ‘학비'를 명목으로 돈을 지원했기 때문에 ㄱ씨가 입대할 때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그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은 더 적었지만 이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점이 발견된 조항은 또 있다. ‘생계유지곤란자 병역감면 처리규정' 제 13조1항7호를 살펴보면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에 ‘이혼한 모친'은 제외되지만 ‘이혼한 부친’은 포함돼있다. 이 규정만 보면, 생계유지곤란자가 이혼한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으면 병역감면 혜택(전시근로역)을 받을 수 있지만 이혼한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으면 병역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김 의원이 지난 17일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병무청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겠다고 회신했다.

병무청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단편적인 사항만으로 병역 감면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혼한 부모라고 해도 가족의 재산이나 소득에 도움을 주는지, 남은 가족에 아버지가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란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 생계곤란 심의위원회도 열어 대상자가 생계 곤란에 해당되는지 심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3조1항7호의 경우, 8호에 ‘이혼한 부와 모’ 모두 언급이 돼 있어서 법 적용에 문제는 없지만 7호와 규정이 중복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불분명한 조항이 자의적인 해석을 불러오기도 한다. 뒤늦게나마 병무청이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등 개선하겠다고 해 다행이지만 현장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무청은 취약계층 청년뿐만 아니라 해당 청년이 입대할 경우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가족을 배려할 수 있도록 법 규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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