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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마트폰에 담긴 일상 찾아라…데이터 복구 업체 찾는 발길 늘어

등록 2017-10-24 13:57수정 2017-10-24 14:43

복구업체 단골 손님은 소송 준비하는 이들
외도 정황 문자메시지 쏟아져나오기도
가족 사망사고에 ‘휴대전화 부검’ 의뢰도
타인 명의 휴대전화 데이터복구하면 형사처벌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가을 서울 강남구의 ㄱ데이터 복구 업체에 교통사고로 숨진 아들의 유품인 휴대전화를 들고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사고로 크게 부숴진 휴대전화였다. 손님은 ‘아들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ㄱ업체 대표는 “아들의 복구된 휴대전화에서 생전 아들의 사진과 동영상 등이 나오자 펑펑 우셨다.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는 물론 사진·동영상·위치정보까지…스마트폰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모든 일상이 낱낱이 저장되고 있다. 실수로 혹은 고의로 지워버린 스마트폰 속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전문 복구업체를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 데이터 복구는 송사의 기본

복구업체 가장 큰 단골손님은 소송을 준비 중인 이들이다. 특히 이혼을 준비 중인 이들은 배우자 외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업체를 찾는다. 재산 분할 때문이다.

지난달 남편 외도 사실을 눈치 챈 부인은 남편에게 휴대 전화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남편이 건넨 휴대전화에는 통화나 문자메세지 기록 등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부는 함께 ㄱ업체를 찾았다. 1시간 만에 남편이 보는 앞에서 모든 데이터가 복구됐고, 외도 정황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 사진 등이 쏟아졌다. 업체 대표는 “복구되는 걸 보는 남편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부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면서 데이터를 가져갔고 화가 난 남편은 사무실 문을 부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ㄴ데이터 복구 업체 대표는 “잘못이 있는 배우자가 미리 업체에 와서 ‘복구되지 않게 해달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술적으로 복구되지 않도록 해줄 수는 있지만 가급적 남의 싸움에 끼어들기 싫어 잘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데 시신부검 뿐 아니라 ‘휴대전화 부검’이 동원되는 일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ㄴ업체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딸의 휴대전화를 들고 한 아버지가 찾아왔다. 아버지는 ‘딸이 학교폭력 때문에 숨졌다’며 데이터 복구를 부탁했다. 하지만 업체는 끝내 복구에 실패했다. ㄴ업체 대표는 “숨진 딸의 스마트폰이 최신 기종이라 복구하지 못했다. 최신 기종일수록 보안 수준이 높아 복구가 어렵다. 이미 여러 업체에 가서 실패한 뒤 마지막으로 우리 업체를 찾았는데, 실패해서 직원들도 매우 가슴 아파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세월호 희생자들 휴대전화 3개 복구도 의뢰받았는데 2개만 성공했다. ㄴ업체 대표는 “그때도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때론 범죄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강남구에 있는 ㄷ데이터 복구 업체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의뢰내용은 휴대전화에 있던 동영상 복구였다.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 맺는 장면을 합의 하에 촬영했는데, 상대 여성이 몰래 동영상을 지운 뒤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는 게 손님의 주장이었다. 업체는 어렵지 않게 영상을 복구해냈다. 손님은 “강간 혐의를 벗을 수 있게 됐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 추억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잃어버린 추억을 되찾고 싶은 이들도 업체를 찾는다. 사진을 인화해 간직하던 과거와 달리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보관도 휴대전화에 하게 되면서 가족·여행 사진이나 동영상을 실수로 지우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김아무개씨는 러시아에서 찍은 중요한 사진을 잃어버렸다. 사진을 휴대전화에서 컴퓨터로 모두 옮겼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옮기지 못한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ㄱ업체에 착수금을 주고 복구를 맡겼다. 업체는 8년 전 사진까지 복구해냈지만, 찍힌 순서대로 복구된 건 아니었다. 김씨는 3일 내내 업체를 찾아 복구된 수만장을 뒤졌지만, 끝내 필요한 사진은 찾지 못했다.

ㄴ업체 대표는 “기혼여성들은 휴대전화에서 실수로 지워진 결혼사진을 복구하는 일에는 10만원도 쓰기 아까워하지만, 자녀의 사진이 지워진 경우 대부분 100만원의 거금을 들여서라도 복구하려고 한다”며 “최근엔 반려동물도 가족과 마찬가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반려동물 사진 복구 의뢰도 늘었다”고 말했다.

■ 합법과 불법의 경계

데이터 복구는 한끗 차이로 합법과 불법이 갈린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를 취득한 뒤 영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의뢰인 명의가 아닌 휴대전화 속 데이터를 복구해서 건넬 경우 업체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망한 가족의 휴대전화라면 업체들은 사망진단서를 꼭 요구한다. 업체 관계자들은 “의뢰인 명의가 아닌 휴대전화를 복구했다가 명의자로부터 고소당하면 영업정지, 벌금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의뢰인 명의 휴대전화가 아니면 복구해주지 않는다. 수십만원 벌려다 수백만원 벌금 낼 수도 있다”며 “’타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데이터 복구했다’는 식의 보도가 종종 있는데 8, 9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ㄱ업체 대표는 “지난달 한 손님이 아버님 사망 원인을 알고 싶다며 숨진 아버지 휴대전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전화 명의자가 새어머니였다. 안된다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합법적으로 데이터 복구에 성공했어도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경우 ‘복구 불가’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ㄷ업체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최근 ‘사진을 복구해달라’고 의뢰한 남성의 휴대전화에서 ’몰카’로 의심되는 여성 사진이 무더기로 나오길래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한 뒤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15년째 데이터 복구 업체를 운영해온 ㄴ업체 대표는 “이제는 손님 얼굴만 봐도 왜 왔는지 알 수 있다”며 “젊은 여성은 ‘아기 사진’, 젊은 남성은 ‘꽃뱀’, 나이든 여자는 ‘불륜’, 나이든 남자는 ‘소송’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지민 선담은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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