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 경정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자 여중생 실종사건에 대한 초동대처 부실 의혹 관련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찰 결과를 통해 경찰의 초동대응 실패가 피해자를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35)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 여중생의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112 상황실의 현장출동 지령을 받고도 허위보고를 한 채 사무실에 머물렀던 것으로 경찰 감찰 결과 드러났다. 경찰의 근무 태만과 부실한 초동대응이 실종 여학생을 살릴 ‘골든타임’을 날려버린 중요한 요인이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당시 피해자의 실종 사건을 담당했던 중랑경찰서 관계자들을 감찰 조사한 결과 초동대처와 지휘·보고체계 전반에서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먼저 지난달 30일 밤 피해자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112 상황실은 중랑서 여성청소년계(여청계) 수사팀에 현장에 출동하라는 ‘코드1’ 지령을 내렸지만, 당시 당직을 서던 경찰들은 “출동하겠다”고 허위 보고한 뒤 사무실에 계속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김아무개(14)양은 실종신고 12시간40분 뒤인 지난 1일 낮 12시께 살해당했다.
중랑서 여청계 직원들은 같은 날 김양 말고도 세건의 추가 출동 지령을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허위 보고한 뒤 사무실에 머문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 건의 신고 대상자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야간 당직 상황관리관이었던 중랑서 청문감사관은 마찬가지로 ‘코드1’ 지령을 들었음에도 경찰관에게 수색 장소를 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색 임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 중랑서 망우지구대 담당 경찰이 김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직후 이씨 딸과 통화한 내용을 귀담아듣지 않아 수사의 핵심 단서를 놓쳤다는 <한겨레> 보도 내용(10월16일치 10면)도 경찰 감찰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구대 담당 직원이 당연히 물었어야 할 피해자의 행적을 묻지 않고 여청수사팀은 허위보고 뒤 출동하지 않았다”며 “초동대응 부실로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중랑서장·여청과장·상황관리관 등 3명은 경찰청에 징계를 요청하고, 여청수사팀장과 팀원 2명, 망우지구대 순찰팀장과 팀원 2명 등 6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경찰청은 중랑서장을 문책성 전보 조처한 뒤 경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어금니 아빠’ 이씨의 의붓아버지 ㄱ(59)씨가 이날 강원도 영월군 자신의 집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이씨의 아내 ㄴ(32)씨는 ㄱ씨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낸 뒤 서울 자신의 집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ㄱ씨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데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됐던 이씨의 중학생 딸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및 주거환경조사, 전문가의 심리상태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인멸 우려와 혐의의 상당성·중대성을 고려해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영월/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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