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지난해 8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광주 광산을·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1일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권 의원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권 의원은 김 전 청장 1·2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청장 등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막는 등 수사 축소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2015년 1월 김 전 청장이 무죄 확정판결을 받자 검찰은 그해 8월 권 의원을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권 의원이 김 전 청장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내놨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모해위증죄는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거짓증언한 경우에 적용되기 때문에 법정 최고형(징역 10년)이 위증죄(최대 징역 5년)보다 높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압수수색 무마 지시’ 관련 증언에 대해 “비록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권 의원 입장에선 이를 달리 인식했을 수 있다”며 허위 증언이 아니라고 봤다.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이 2012년 12월12일 자신에게 전화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신청을 막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서울경찰청이 김씨 컴퓨터 증거분석과정에서 김씨가 지정한 파일만 열람하려 했다”, “서울경찰청 지시에 따라 대선 사흘 전 ‘국정원 쪽 혐의가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등 권 의원 법정증언에 대해서도 “피고인(권 의원)으로선 그렇게 받아들였을 만한 정황이 있었거나 단순히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대선개입사건 국정원 내부고발자인 김상욱씨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지난해 12월 무죄가 확정됐다. 대선개입 관련 제보를 받고 김하영씨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한 민주당 의원들도 공동감금 혐의로 약식기소됐지만, 정식재판을 거쳐 1·2심 모두 무죄가 났다. 검찰이 대선개입사건 본질은 외면한 채 의혹을 제기한 이들만 편파적으로 기소했단 비판이 일었다.
이날 권 의원은 항소심 선고 뒤 기자들을 만나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의 하나로 국정원에 파견됐던 검사들조차 수사 방해에 일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당시 검찰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봐왔는지 확인된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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