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63)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박씨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선덕여왕 이후 가장 뛰어난 여성 지도자”라고 칭하며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2일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박씨에 대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014년 자신의 수행비서 곽아무개씨와 함께 160억원대 한국농어촌공사 납품 계약을 성사시켜주겠다며 한 사회복지법인의 대표 진아무개씨로부터 5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곽씨가 박씨의 영향력을 앞세워 범행을 벌였다고 판단하고, 곽씨에게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피해자에게 직접 납품을 돕겠다고 말했다는 증거나 정황이 없고, 피해자 역시 박씨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박씨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박씨는 여러 차례 구설에 올라 사회적 관심을 끈 경험이 있고, 사회적 지위를 고려한다면 오해받을 만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어야 하는데도 잘 알지도 못하는 법인 사업자로부터 덜컥 거액의 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공판 과정에서 억울하게 기소했단 심경을 드러냈는데, 이번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 것이 정말 남탓만 할 일인지 진지하게 반성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박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재판받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을 것이 걱정이었는데, 오해가 풀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씨는 또 “우리 형님(박 전 대통령)은 저의 멘토로서, 4년밖에 안되는 임기 동안 국내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절에 일했다”며 “(신라시대) 선덕여왕 이후 1400년 만에 가장 뛰어난 여성지도자로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자녀들이 뇌물 등 혐의로 재판받은 것을 언급하며 “두 대통령 재임 시절 아드님 문제가 있었을 때도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죄형법정주의가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꼭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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