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려동물 개입된 차 사고 잇따라 발생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반려견이 제게 뛰어드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앞을 못 봤습니다.”
65살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ㄱ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충남 서천군 인근의 한 국도에서 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넘고 말았다. 곧 마주 오던 ㄴ(70)씨의 승용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ㄱ씨 등 3명이 중상을 입었고, ㄱ씨의 차량에 타고 있던 반려견은 사고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조수석에 반려동물을 앉히거나 운전자가 안고 운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의 돌출 행동으로 운전자와 반려동물이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어 동물용 안전밸트나 보호용 우리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창밖으로 목을 내밀고 있던 동물이 갑자기 뛰어내려 사고가 난 경우도 있다.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ㄷ씨는 지난해 말 시내에서 운전하던 중 반대편 차량에서 갑자기 뛰어내린 반려견이 ㄷ씨의 차 바퀴에 깔리는 사고를 경험했다. ㄷ씨는 당시 사고의 충격으로 한동안 자동차 핸들을 잡지 못했다며 “반려동물에게 안전벨트를 꼭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안고 운전하는 것은 도로교통법상 명백한 위법 행위다. 도로교통법 제39조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유아나 동물을 안고 운전장치를 조작하거나 운전석 주위에 물건을 싣는 등 안전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상태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속에 적발되면 승합차 5만원, 승용차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동물을 차에 태울 때, 어떻게 태워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영유아에 대해서만 유아보호용 장비를 장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반려동물을 차에 태울 때 반드시 안전장치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추세다. 현재 코네티컷, 하와이, 매서추세츠 등 9개 주에서는 이를 법제화하고 있고 위반 시에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는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서 안전장치 없이 차량에 태우는 것은 학대와 같다”며 “반려동물에게도 꼭 안전장치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경찰교육원 이장선 교수(교통학과)는 “반려동물은 돌출 행동을 할 수 있어 아이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안전장치 없이 곁에 두는 것은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뒷좌석에 묶어 두거나 보호용 우리 안에 넣을 것을 강제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도로에서 차량에 탑승한 반려견이 창밖으로 목을 내밀고 있다. 이재호 기자
안전벨트를 착용한 반려견(왼쪽)과 보호용 우리 안에 들어간 반려견(오른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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