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상납한 혐의를 받는 남재준(73) 전 국가정보원장이 8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와 재판 방해를 지시하고, 같은 해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임의로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검찰에 나온 남 전 원장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을 비롯해 이병기(70)·이병호(77) 등 박근혜 정부 전직 국정원장이 국정원 예산을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제공한 ‘공여자’로 보고 뇌물공여 및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 전 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의 조사도 받았다. 국정원은 2013년 4월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당시 서천호(구속) 2차장, 문정욱(구속) 국익정보국장, 장호중(구속) 감찰실장 등 간부 7명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꾸려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수사·재판 허위 진술 지침을 만드는 등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서 전 차장이 대응책을 문서로 정리해 남 전 원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남 전 원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면서 기자들에게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후의 전사들이다. 그러한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찬사받지 못할망정 수사받다가 스스로 목숨 끊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에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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