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순실(61)씨에 대한 ‘비선실세’ 의혹 보도가 한창인 가운데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면전환용이었다는 정황이 13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이날 열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판에서 검찰은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9월말 <한겨레> 등에 의해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터진 뒤 청와대의 대응 기조를 논의하던 상황을 검찰에서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최씨에 의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을 부인하는 데 이어, 나흘 뒤인 24일엔 국회 시정연설에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의혹으로 인한 지지율 급락 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난데없이 개헌 논의를 던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 전 수석의 진술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박 전 대통령 연설을 앞둔 주말(22~23일)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이 민정·경제·고용복지수석 등을 불러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개헌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김 전 수석이 검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개헌 논의 이후 국면전환용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개헌 발표 이후 모든 언론이 쫓아가는 상황이었는데 <제이티비시>(JTBC) 보도로 수습 불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시정연설 직후 <제이티비시>가 최씨가 박 전 대통령 연설문을 손봤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개헌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한 것을 가리킨 얘기다.
이날 재판에선 우 전 수석이 올초 김 전 수석에게 접근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축소하려 한 정황도 공개됐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뒤 우 전 수석이 전화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8~9월경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인선 문제를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 없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서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또 지난해 말 우 전 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되자 “국회 나갈 바에야 그만두겠다”고 답했다고도 검찰에서 말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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